최근 SK하이닉스가 모바일 기기 및 전자제품의 저장장치로 널리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분야 세계 2위인 도시바를 인수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는 소식이 연일 경제 분야 매스컴을 강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중국 업체들과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고, 강점을 지닌 메모리D램의 비해 상대적으로 처져있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하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며 의외의 곳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바로 국내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들이다. 아마 SK그룹(또는 최태원 회장)이 미래를 더 내다보고 지금은 캐논으로 합병됐지만 '도시바메디칼' 사업부도 인수 대상에 포함시켰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그려봤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자국의 앞선 기술을 다른 나라에 넘길 수 없다는 일본 현지 여론도 한몫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성립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젠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현실적으로 100년의 가까운 역사를 지닌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른자로 평가받았던 도시바메디칼을 캐논에 내주지 않았다면, CT·MRI·초음파 등에 있어 세계적 수준의 영상진단기술과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기업을 우리가 단번에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라는 흥미로운 상상.

동시에 적극적인 M&A가 기술적 노하우를 가져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를 바탕으로 의료기기업계 전반을 활력적으로 붐업할 수 있는 계기, 더 나아가 세계 의료기기 7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도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M&A는 소극적이다 못해 정적이다. 의료기기사업 진출 초기 삼성이 몇몇 기업들과의 인수를 성공시킨바 있지만 벌써 수년전 이야기다.

1+1는 반드시 2가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자체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의 등장도 중요하지만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강하는 전방위적 M&A는 의료기기가 영세한 분야라는 인식을 바꾸고 산업의 가치를 무한대로 만들며, 새 정부가 연일 부르짖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한몫을 당당히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의 관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독려와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 주도의 인수합병이 자주 일어나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의료기기 업체가 하루빨리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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