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변화 눈앞…데이터와 방향성, 윤리 등 다방면 관심 중요

4차산업 혁명의 핵심 요소로 지목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의료계도 현실로 도래했다. 이에 대비해 앞으로 의사들은 어떠한 자세로 새로운 변화에 걸 맞는 역할을 받아들여야 할까?

30일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제35차 종합학술대회에서도 AI는 오후 메인 심포지엄에서 1부와 2부에 걸쳐 다뤄질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30일 개최된 의협 종합학술대회 '인공지능과 의료' 심포지엄 전경

이날 참석한 발표자들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와있다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데이터와 방향성 그리고 AI 민주화와 불평등 문제와 윤리 등의 가치에 대해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며,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국내에서 왓슨 첫 도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길병원의 이언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알파고의 충격으로 보수적이었던 의료계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우리 병원도 최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흔히 ‘클래스’로 설명되는 격을 높이기 위한 동력을 삼기 위해 왓슨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언 단장은 “황제진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지만 완벽할 수 없고 맹신해서는 안된다”며 “의사와 AI를 두고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알권리와 재량권을 두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데, 합리적 행위자 모델과 조직과정 모델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서비스 루닛의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인 정지훈 교수는 “기술이 정립되면 하드웨어가 받쳐주게 될 것이고 가격은 덩달아 낮아지며 여러 상품에 활용되고 대중화와 접목되는 상황이 나올 것인데, 특히 영상과 시각인식 분야가 발전이 빠르다”며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 등 카메라가 적용되는 모든 부분과 심지어 창의적인 부분에서도 발전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료에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간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과 기계에 대해서 탐구했던 것을 분류해서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상호작용과 윤리에서 학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석한 장동경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직업 보다는 작업을 대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의사들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며 “다른 부분에 힘과 노력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의사는 시간을 얻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인간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AI의 시대는 방식 보다 어떤 데이터가 잘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EMR 기록 자체가 완벽하지도 않고 교류나 통합되지도 않는다.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지식 주입 위주의 의학 교육 필요 없는 시대 올까?

AI 시대는 의과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부에서 발제를 진행한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는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대한 교육과 의사소통, 윤리적 의사결정,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전통적인 가르친다는 개념은 학생들 스스로 배운다는 개념으로 전환하고 인공지능에게 내어줘야 한다. 대형강의와 획일화된 교육과정은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의학지식’은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지식이 없이 창의가 생길 수는 없다. 맥락이 없는 지식은 의미 있는 사고를 어렵게 한다”며 “환자와의 공감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인지적 공감이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 공감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미래의사, 커뮤니케이션과 융합 능력 갖추자"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의사를 얼마만큼 대체할 수 있을까? 의사들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마지막으로 발표했던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의 주장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AI의 도입으로 시간과 비용의 절약으로 의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의사의 경험과 직관이 데이터에 의한 확률로 대체 의사들 간의 연차가 줄어들 것이며 명의도 사라진다. 경험하지 못한 드문 질병에 대해 대처도 쉬워질 수 있는데, 필요한 의사 총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생각되며 지식 주입 위주의 현재 의학 교육의 상당수가 쓸모가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의 미래 의사가 다방면의 덕목을 갖출 수 있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AI 능력을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기계 의사와 같이 일할 수 있는가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 역량이 의사의 수준을 가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 적용 분야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창의적인 연구역량과 환자와 엔지니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며 결국 융합 인재의 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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