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료기관 규모별 역할 정립-지역사회 1차의료 강화 필수 제안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놓은 일차의료활성화가 선행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35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한림의대 조정진 교수(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공동추진위원장)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과 일차의료 강화방안’을 주제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조정진 교수<사진>는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취약한 원인은 우선적으로 의료기관 간 강도 높은 경쟁체계가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수입비중은 지난 2001년 9.9%에서 2012년 17.7%로 증가했으며, 일차의료기관는 2001년 74.6%에서 2012년 56.4% 감소했다.

또 일차의료의 또 다른 한 축인 보건소는 취약계층에 대한 방문 서비스를 위주로 하고 있어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만성질환 관리 활성화 노력은 거의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같은 문제점은 기능차이가 없는 의료기관의 규모별, 종류별 분류는 물론 단과 전문의의 과잉이나 일차의료 질 향상 유인책 부재 등 제도적인 미흡이 손꼽힌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일차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일차의료 임상서비스 개념이나 교육, 치료계획, 의료정보제공 등 상담 진료시간에 대한 재정적 보상과 복지부 내 전담 조직 마련도 필수적”이라며 “또 수준 높은 일차의료인력 양성은 물론 재정을 독립하는 등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조 교수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주치의제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조 교수는 “일차의료가 발달한 다른 나라처럼 모든 환자가 반드시 주치의 등록을 하고 주치의가 정해주는 대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방식은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발적으로 단골의사를 정하고 네비게이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를 위해 의사의 상담시간에 충분히 보상하는 한편 단골의사를 정하는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원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 각 의료기관의 역할 정립과 일차의료 발전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판단했다.

일본-대만 경우 의료기관 규모따라 기능 정립=김계현 연구원<사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체계와 유사한 일본과 대만의 경우 의료기관 규모에 따 그 역할을 정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법에 의한 500병상 이상의 특정기능 의료기관은 고도의료기술의 개발, 고도의료 연구, 의뢰된 환자에 대한 의료제공의 임무를 맡고 있으며, 소개환자(의뢰된 환자)수를 100분의 30까지 높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연차계획을 후생노동대신에 제출하고 있다.

반면 소개율과 역소개율이 낮은 200병상 이상의 병원은 초진료를 낮게 적용(282점→209점)하고, 의뢰서 없이 2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진료(초진)시 환자는 전액 자비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경우에도 2005년 7월부터 본인부담제도와 의뢰제도를 연결하고, 의료체계간 의뢰유무에 따라 외래진료의 정액본인부담비용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또 2011년 건보법 개정으로 가정의사제도 도입을 명시, 2013년 다양한 형태의 시범사업 실시, 구역형‧지역의료군‧충성환자 등 다양한 모델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김계현 연구원은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일차의료 강화, 강한 일차의료 기반을 위해 모든 의료시스템은 복합적인 요구를 가진 환자에 대해 포괄성, 계속성,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기반한 일차의료가 발전돼야한다”며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대비 일차의료 전문성 강화, 연계기반의 포괄적인 의료제공을 위한 통합케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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