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아무리 구축해도 '골든타임' 놓치면 무용지물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삼킨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체계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응급상황시 대처할 수 있는 메뉴얼의 점검과 확립 등 소프트웨어를 정립해야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어린이집 사망 사고 역시 사고가 난 뒤 한 시간이 지나서야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뿐 아니라 조치과정도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전주 소아환자 교통사고 사망사건’과 별반 다름없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고발생 당시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를 인근 내과 병원으로 옮겼지만 심폐소생술 이외의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으며 나중에 도착한 119 구급대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시간이 지체돼 어린이는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것.

결국 골든타임을 놓쳐 불거진 사고로 귀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 의료계와 인천시 등에서는 지역사회의 응급의료 ‘하드웨어’ 부족을 제기하는 양상이다.

인천 서구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영유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높은 인구 유입에 따른 각종 응급상황에 모든 대처가 가능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의 경우 종합병원(국제성모병원)이 있지만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지역응급의료센터’여서 소아응급전담의가 기본 인력 구성에 포함돼 있지 않고 인천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영유아용 내시경장비를 제대로 갖춰 모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곳은 지리적으로 남쪽에 있는 인하대병원과 길병원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응급의학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응급의료를 위한 하드웨어의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본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설확충만 한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번 사고만 해도 "기도가 막힌 상황이었기에 장난감을 일찍 제거만 했어도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응급의료전달체계’ 자체의 허술함과 사고 환자에 대한 조치과정에서 매뉴얼 준수여부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A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며 “아무리 센터를 많이 구축해도 지침을 원칙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오히려 "이번 사고는 과거 전주에서의 안타까운 경험을 하고도 적절한 응급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무작정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소아응급센터를 확충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더러 자원과 인력도 한정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일반인은 어떤 상황에서 119 구급대를 불러야 하고 구급대 도착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급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침을 지켜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고 있는지, 병원은 환자의 상태를 듣고 응급처치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는지 등 응급환자 전달체계의 A부터 Z까지 메뉴얼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 모든 문제점이 인천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하드웨어 확충을 위해 재정만 투입하는 식의 방안으로는 응급환자의 흐름을 컨트롤 하지 못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겨나지 말란 법이 없다”며"응급의료 전달 체계의 확립과 응급환자 대처에 필요한 메뉴얼을 관련 종사자들이 숙지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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