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생제 투여와 전원 과정서 과실…괴사성 근막염 악화도 막지 못해”

환상치핵절제술(치질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괴사성 근막염이 발생되고 사망까지 이르게 한 의사와 병원 운영 법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한경근)는 최근 울산 소재 C병원을 운영하는 B의사로부터 치질 수술을 받고 문제가 발생해 사망한 A씨와 가족이 B의사와 치료 과정을 함께한 D병원 운영법인을 상대로 낸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상 주의의무 등을 다하지 못한 과실을 인정하고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2013년 12월 항문용종을 이유로 A씨는 원형자동봉합기를 활용한 치질 수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수술 부위의 통증으로 C병원을 방문해 B의사로부터 소염제 주사와 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멈추지 않자 병원에 입원했고, B의사는 항문 주위 피부의 부종 및 압통으로 진단하고 수술부위를 세척한 후 배액술을 시행했다. B의사는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수술 부위를 확인한 다음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과 트리젤을 처방하고 D병원으로 전원조치 했다.

D병원 의료진은 복부 CT 촬영을 하고 세톤수술과 인공항문술을 시행했는데, 당시 A씨는 항문 주변의 발적과 부종이 심했고 직장수지검사상 안쪽의 괄약근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우측 흉부에 7*3㎝ 크기의 연조직염이 관찰됐다.

또한 회음부와 우측 흉부의 괴사된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우측 흉부와 구강 내 궤양 병변에 대한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했다. 그동안 A씨는 항생제 flagyl 500㎎과 Tazocin 4.5g을 총 8회(= 27일 1회 + 28일과 29일 각 3회 + 30일 1회) 투여 받았고, 이후 Tazocin 4.5g 대신 Tygacil 50㎎을 투여 받았다.

다음달 A씨는 C병원으로 다시 전원됐는데, 병원 의료진은 ‘치질 수술 후 발생한 장괴사, 다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 괴사성 근막염, 괴저화농 피부증’으로 진단하고, 장결장 절제술 및 결장루 재설치술, 담낭절제술, 배농술 등을 시행했다.

또한 다음날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여러 차례 괴사조직 제거술 및 원위부 절단면 봉합술, 피부이식수술 등의 치료를 받았고, 그 후 두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했지만 2015년 4월 뇌출혈·혈액응고장애·패혈증·괴저농포증 등으로 사망했다.

이에 그의 부인과 자녀들은 “의료상 주의의무위반으로 괴사성 근막염이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으므로, 망인과 가족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B의사에 대해 “수술 전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진통제만 처방하였을 뿐 수술 부위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영상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수술 부위 통증과 고열이 지속된 상태에서 우측 흉부에 병변이 발생해 입원했는데도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혈액배양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았고, 감염 상태가 악화되어 응급환자에 해당됨에도 곧바로 상급병원에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D병원 의료진도 우측 흉벽에 7*3㎝의 연조직염이 있음을 관찰했음에도 우측 흉부에 대한 CT 검사나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결국 병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우측 흉부에 대해 변연절제술을 시행해 피하와 근막 부위의 괴사 조직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며 “패혈성 쇼크로 적혈구 및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은 상태였는데도 수혈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B의사가 제대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상급병원에 전원조치를 취한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술 전에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이후에는 수술 부위 감염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으며, 응급환자에 해당하는데도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과실이 없었더라면 괴사성 근막염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적기에 상급병원에 전원돼 광범위 항생제 치료, 외과적 수술 등 처치를 받음으로써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D병원에 대해서도 우측 흉부 병변에 대한 올바른 평가 없이 변연절제술을 시행했고, 괴사조직이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D병원 의료진이 우측 흉부 병변이 근막까지 침범했는지와 균의 종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세균배양검사나 흉부 CT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변연절제술을 시행하면서 피하나 근육 부위의 괴사 조직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과실이 없었더라면 괴사성 근막염이 악화돼 사망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가 앓고 있던 골수이형성증후군이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증의 발생이나 진행경과 및 사망이라는 악결과에 영향을 미친 점, 망인의 증상이 통상적 괴사성 근만역이나 패혈증보다 급격하게 악화돼 피고들로서는 적극적 처치가 용이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손해의 공평하고 타탕한 분담을 위해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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