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 안전성 소통분야 걸음마 단계…WHO, 투명서-신속성 갖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강조

최근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등 예방접종 불신 및 거부 집단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는 WHO와 공동으로 지난 21일 '백신 안전성 소통 전략'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는 ‘백신 안전성 소통(communication)’분야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이미 WHO 및 외국에서는 예방접종 사업성공의 필수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1일 서울콘래드호텔에서 WHO와 공동으로 ‘예방접종 안전성 관리’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외국의 백신 안전성 소통 경험과 전략 등을 공유·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질병관리본부 김민경 예방접종관리과 역학조사관

이날 심포지엄의 화두는 단연 ‘국민들에게 예방접종의 안전성을 어떻게 설득 시킬 것이냐’로 나타났다.

김민경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국·내외 백신 안전성 소통 경험과 전략 중 최근 사람유두종바이러스백신 도입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김민경 조사관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예방접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랫동안 높게 유지돼 왔지만 ‘안전성 프로그램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민경 조사관은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들이 퍼지면서 주저하는 그룹 자체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이라며 “지난해 HPV 백신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도 소통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HPV 국가예방접종의 도입을 전문가 검토, 법적근거 마련, 위탁 홍보 및 교육 등을 통해 철저히 준비했지만 2016년 여름방학 시기에 접종률이 잠시 높아졌을 뿐 예상보다 저조한 것을 확인했다.

김 조사관은 “이대로는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를 분석했고 사업 홍보부족, 예방접종 필요성의 낮은 인식, 안전성 우려, 접근성 문제를 발견했다”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홍보, 대상자에 대한 직접 홍보, 교육부를 통한 홍보, 보호자 동의서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업을 진행 하던 중 일본에서 HPV 백신의 안전성 이슈가 제기됐고 언론에서 이를 다루면서 무너진 신뢰를 쌓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상반응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으로 신고 되는 모든 사항들의 인과관계 평가 결과를 대중에 공개했고 전문들의 기고와 참여를 통해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알렸다”며 “그 결과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2003년생 58%, 2004년생 41%가 접종했고 정부의 소통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WHO Shah 박사.

이어 WHO의 Dr. Shah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지하는 방식의 소통은 백신 안전성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형태가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

Shah 박사는 “진정한 소통은 양 방향의 정보공유이고 서로가 이해되는 방식으로 전달돼야 한다”며 “당사자가 소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를 뜻하는 ‘준비 없는 소통’은 혼란만 초래한다”고 언급했다.

즉,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문가들만 이해하고 있지 말고 백신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를 대비해 솔직하게 공개하라는 Dr. Shah의 조언이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약물 감시체제, 보고체제 등 다양화 된 모니터링 과정과 법 규정에 따른 표준화 된 문서양식을 포함한 약물 안전성 관련 모든 정보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언은 WHO Ananda Amarasinghe 박사의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Ananda Amarasinghe 박사는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며 “종교, 국가, 지역, 발전 정도, 정치, 소득 수준 등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운을 뗐다.

이에 Dr. Ananda Amarasinghe는 통합적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WHO Ananda Amarasinghe 박사.

그가 강조한 통합적 접근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뢰’를 높이고 △조화 속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언론의 개입 없이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 △국가적 차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는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대화하는 것, 그것이 백신 안전성 문제에서도 필수가 된 세계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백신 안전성 소통에 있어서 정부 주도하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김민경 조사관에게 “백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룹은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공격적”이라며 “소통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정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전략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건넸다.

이에 김민경 조사관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연구는 아직 없지만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외부 자료 결과나 공신력 있는 안전성 발표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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