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개원의들, “면세점 물건 사듯 침습적 행위 입점 발상 터무니없다” 지적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세계 최초로 ‘공항 환승 구역 내 성형외과’ 유치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성형외과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면세점에서 물건 사듯이 공항에서 성형수술이라는 침습적 행위를 하는 성형외과를 입점하겠다는 발상이 ‘터무니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항 내에 의료기관을 유치하고 있지 않다는 점만을 봐도 국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성형외과 의사들의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인천국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오픈과 연계해 중국인 관광객 등이 찾을 수 있는 성형외과를 유치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인천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제2여객터미널 오픈일정은 아직 미확정인 상황.

특히 환승을 하는 시간이 길지 않기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시간이 소요되거나 예후 관찰이 필요한 수술보다는 피부 관리, 간단한 미용 시술 등 클리닉 수준의 시술이 이뤄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환승 구역 내 병원이 성형수술과 각종 피부 관리 서비스는 물론 응급환자 치료 등 응급의료센터 기능까지 갖추는 방향도 계획 중이다.

인천공항 측에서는 이번 성형외과 유치가 외국인들을 위해 보다 폭 넓고 섬세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보다 많은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의 의료관광 진흥정책에 부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관광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형외과 개원의들의 입장을 전혀 달랐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병민 회장은 “외국환자들이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충분한 휴식 후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외국 사례도 전혀 없고, 공항 임대료가 높은 상황에서 병원이 운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병민 회장에 따르면 이번 인천공항 내에 성형외과 유치를 두고 인천공항 관계자와 만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일선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A개원의는 “한방 건강식품이나 첩약 사듯이 물건 사듯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은 의사는 물론이거니와 삼척 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면세점에서 물건 사듯이 공항에 성형수술이라는 침습적 행위를 하는 성형외과를 입점하겠다는 발상이 너무 우습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의료법에는 해외환자유치에 관한 수수료를 주도록 정의돼 있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수수료를 주면서 그것도 공항 내에서 의료기관을 유치해 장사를 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성형외과 B개원의는 “공항에서 혹시라도 문제된 환자가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전 세계에 SNS를 통해 중계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에 성형외과 의료기관은 국가적 망신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또 성형외과 C개원의는 “투명하게 진료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미 강남에서 수많은 해외환자의 희생이 있지 않았느냐”며 “의료관광을 성과위주의 치적 사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아직도 기승하고 있는 불법브로커를 차단하고 유령수술을 일삼는 성형외과를 발본색원하는 일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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