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조건 환자본인 국한은 무리'…복지부, '외국인환자 사례만 검토 예정'

일선 의료기관의 진단서 발급을 규정하는 의료법 제17조에 대해 발급 기준을 완화하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외국인환자의 사망확인서 등 일부 조항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17조에 따른 진단서 교부가 환자 본인 이외 가족 등이 대리 발급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공문을 관련 협회 등에 발송, 협조를 요청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진단서는 환자 본인만이 교부를 요청할 수 있으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만 직계존속 등이 순차적으로 권한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의료기관에서 진단서를 진단확인서 등 일반서류와 동일하게 간주해 대리 발급해주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부 측의 입장이다.

실제로 병원계 단체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진단서 대리 발급 등 의료법 17조 위반 사례를 다수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복지부에서 공문을 회람한 이유도 일선 의료기관까지 의료법 17조에 대한 알림이 부족했다고 느낀 듯하다”고 밝혔다.

즉 대리 발급 사례를 복지부가 포착, 선제적으로 계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현실을 살피지 않고 법적인 테두리만 고수하는 처사’라고 항변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가 직접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많은 애로사항를 거쳐나가는걸 보면서 ‘제도가 참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병원은 종합 서비스업인데 현실과 괴리감 있는 규정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병원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병협 등 관련 단체에서는 의료법 17조가 예외 조항을 둘 수 없도록 갇힌 구조로 만들어두면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법을 개정,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 등에 일부 조항을 예외로 둘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경우’ 등으로 묶게 되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환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아직 개정을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향후 의료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 다른 안건에 병합 심사하는 방식 등으로 외국인환자 사망확인서 등의 발급 기준을 손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선에서 의료법 17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을 접수한 적은 있다”면서도 법 개정 사항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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