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의료인들은 진료과정에서 별별 환자를 만난다.

보통 암이나 순환기 질환 등 보통 질환을 비롯해 교통사고, 폭행, 낙상 등 사건사고로 인한 환자도 많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그렇다보니 예기치 않게 환자의 사건사고에 의사가 휘말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진단서를 발부하는 권한 때문에 법정에도 나가야 하고, 때론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 나간다.

진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가 귀중한 시간과 체력을 소비해야 하는 일은 사회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안 해도 되는 일이나, 안했다고 처해지는 강한 형벌에는 할 말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의사 신고의무제도다.

아동이나 노인 학대에서부터 전염병 발생, 의료기기 사용 시 부작용, 변사체, 마약류, 식중독 등 부지기수다.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신고의무는 아동이나 노인 학대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행하는 의료인은 아동학대를 알게 된 때는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노인학대도 비슷하다.

그러나 아동이나 노인 학대 신고가 의무화돼 있는데도 아직 벌칙은 없다.

반면에 의사가 환자 진료나 예방접종 시 전염병을 발견하거나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전염병 환자 사체 검안을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200만원 이하)을 물어야 한다.

또 의사 등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도중에 사망 또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하면 반드시 관계당국이 신고해야 하는데, 어기면 벌금을 문다.

식중독환자도 마찬가지다.

식중독 의심이 있는 자를 진단했거나 그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보고하고, 혈액·배설물의 보관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데, 안 지키면 벌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당연히 해야 하고, 이미 하고 있는 일인데, 무조건 법적으로 강제하고 보자는 법 만능주의가 문제다.

의사는 변사체가 들어와도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덕적 책임이나 과태료 등 행정적 책임은 몰라도 무조건 사법적 책임을 물으나,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지뢰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셈이다,

더 가관은 단순한 행정착오를 일으킬만한 신고 위반에 중형을 내리는 법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자 입원 신고를 어긴 경우가 그렇다.

지난 5월말 시행된 개정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날로부터 3일 이내에 환자 인적사항 등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수 있도록 했다.

신고를 안했다고 최고 5년 징역이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국민들에게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뒷처리만 한다면 이 나라에 공무원은 왜 필요한가.

의사 신고 의무에 행정편의주의가 살금살금 끼여 들고 있지 않나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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