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불안, 스트레스 악화…55시간 초과 시 신체적 삶의 질도 나빠

주 50시간 초과 근무 시 우울, 불안, 스트레스가 악화되고 번아웃(탈진증후군)에 빠진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OECD 가입 국가 중 2위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은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려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조언한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원장 신호철)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시킬 수 있는 주당 노동시간을 탐색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연구진은 주당 40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는 근로자 1575명을 대상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어느 수준 이상일 때 직무소진(Burnout), 우울, 불안, 스트레스, 그리고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지를 탐구했다.

우선 연구진은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초과근무시간의 지점을 찾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에 따라 먼저 10개 구간으로 나눠 탐색했으며, 차이가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3개 구간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주당 노동시간을 40~50시간(1014명), 51~55시간(223명), 56시간 이상(338명)의 3집단으로 나눠 각 집단별 차이를 비교한 것.

이 결과 주당 노동시간이 40~50시간인 집단에 비해 51~55시간인 집단은 우울(26.4%악화), 불안(28.8%악화), 직무소진(17.9%악화), 스트레스(6.3%악화)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6시간 이상인 집단에서는 우울(34.0%악화), 불안(47.0%악화), 직무소진(28.6%악화), 스트레스(13.8%악화) 모두 더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여기에 신체적 삶의 질(5.5%악화)까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빠졌으며, 이러한 양상은 공무원과 일반기업 근로자로 직종을 다르게 분석해도 결과는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세원 부소장(정신건강의학과)은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해주려면 주당 노동시간은 최대 55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고, 이상적으로는 주당 50시간을 넘지 않는 근무가 바람직하다”며 “향후 다양한 직종의 더 많은 수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근거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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