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다. 그래서 각론에서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그 기대 또한 자못 크다.

안병정 편집주간

문 대통령은 대선당시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의료’를 주창하며 각종 보건의료 정책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아직 내각이 구성단계에 있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고 정책방향을 잡자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에 지금 공약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들먹이는 것은 어느 정부나 개혁과제는 대부분 정권초기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여기에 대통령 공약사항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부터 몇 달이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방향을 결정짓는 골든타임이라는 시의성 때문이다.

보건의료계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장밋빛 정책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획일적으로 반영되는 법은 없다. 사안에 따라 실효성과 우선순위를 따져 합목적적으로 추진하기 마련이다. 이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 경중을 가려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얻어내는 실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시기 또한 잘 포착하는 순발력이 있어야 성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조직의 미완에도 불구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가동하며 다음 달 말까지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확정·발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런 목표로 이미 관련 부처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상태이고, 복지부도 새 정부의 가치와 정서를 반영해 다양한 플랜을 짜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시기적으로 보아 지금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그러나 조각이 지연되고 후속 인사 등으로 주무부처가 어수선하다 보니 의료계 지도부는 아직 누구와 소통해야 될지 접점을 못 찾고, 채널도 막연한지 스탠스가 어정쩡한 모습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자칫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정책과 같은 거시적인 국정 목표에 보건의료분야가 매몰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결국 의료계가 새 정부에서 소기의 정책효과를 달성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계획과 준비단계 부터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모으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의료부문의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 공약에 반영된 정책과제만 해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수십 가지나 된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의료계 입맛대로 얻기란 불가능하다. 차라리 집중과 선택을 하여 단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도록 여론을 모으는 노력이 중요한 때 이다. 특히 보건의료단체는 얼마 전 끝난 2018년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의 ‘적정부담-적정수가 확립’을 절감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새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 과제로 ‘적정부담-적정수가 확립’이란 타깃을 정해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의 구축은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기에 명분도 있고, 정권초기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때 여론화 된다면 정부 시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두드려야 할 일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의료단체가 힘을 모아 정부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쉼 없이 교감하며, 논의의 장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펼친다면 넘지못할 산은 아니라고 본다. 대선 당시 각 선거캠프를 찾아다니며 정책제안을 하던 의사 지도부의 열정이 살아 있음을 보고 싶다. (안병정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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