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양대병원 국내 첫 도입…간단한 안구 동작으로 기억 상처 극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현대인 정신질환 특효, 치료법 가치 높아질 것”

“전문가와 상담을 하며 규칙적으로 눈알을 굴리는 것만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장난스럽고 우스울지 몰라도 양측성 자극으로 교통사고·전쟁·성폭행 등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는 '최고의 지우개'가 될 수 있습니다”

박용천 한국 EMDR 협회 회장

박용천 한국 EMDR 협회 회장(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일간보사/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정신질환의 극복을 위한 EMDR의 가치를 조명하며, 전문적인 교육의 장을 마련 환자들의 마음의 병 치료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안구 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은 간단한 안구 동작 등으로도 부정적인 기억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줄어들고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다.

눈을 굴리면 좌반구와 우반구가 자극돼서 천천히 두려움과 공포가 줄어들고, 결국 괴로운 기억들이 안심과 안정으로 재처리돼 머릿속에 새롭게 저장된다.

박용천 회장은 “2002년도 저의 스승이신 김광일 교수를 통해 접하게 됐다. 한양대병원이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작하며 검증이 되지 않아 망설이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사용해 보고 확신을 얻고 이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며 “1회 최소 90분에서 2시간 정도의 치료시간 동안 움직임에 관련된 치료법을 종합선물세트처럼 활용하며 상처를 극복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토닥거리는 행동만으로도 안전하고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치료자와 환자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500여개가 넘는 접촉으로 인한 자극의 움직임을 신호를 통해 다양한 심리적 외상들을 치료한다”며 “약으로만 고치려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EMDR을 병행하면 확실히 완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확신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 등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미디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며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박 회장은 “교과서에도 등재된 EMDR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최적화돼있고 특별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수가 문제 등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산적한 상황인데 치료법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반드시 적극적인 활용이 대두될 때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 EMDR 협회는 최근 한양대구리병원 김대호 교수와 한양대병원 김석현 교수 등 5명이 국제 EMDR 협회 공인 트레이너 자격 획득하며, 수련에 있어 효율을 더하는 동시에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게 됐다.

박용천 회장은 “소수정예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정신질환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제 조금은 문호를 개방해 더 많은 환자들을 도와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문적인 호기심으로도 많이들 배우러 오시는데 2박 3일 워크숍 이후에도 반복과 숙달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료를 마치신 그날부터 'Just Do It(그냥 하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의사 생활이 종점을 향하며 마지막 꿈이 있다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에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며 “이동우 교수(상계백병원)와 최준호 교수(한양대구리병원) 등과 힘을 모아 국민의 건강과 회원들의 권익 그리고 학회의 도약을 위한 하나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많은 지지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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