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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 ‘콜럼버스 프로젝트’ 창안자 ‘K’ 전 국장

 2010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에 임명된 김원종 전 국장(이하 ‘K’ 전 국장)은 보건산업 북미시장진출 특화전략을 ‘콜럼버스 프로젝트’라고 명명한다. 보건산업을 어떻게 글로벌화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자 ‘콜럼버스’를 떠올렸다고 필자에게 토로한 바 있다. 콜럼버스는 모험심에 불타는 용감한 선원들을 이끌고 미지의 바다를 향해 출항했고 망망대해를 건너 마침내 신대륙에 닿았다. 우리나라는 보건산업에 닻을 올릴 때가 지금이라고 K 전 국장은 생각했다. 진수희 제49대 보건복지부장관이 재임하던 때이다.

홍성익 부국장

 K 전 국장은 우리나라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에서 산업은 수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글로벌시대에 국내에 머물러서는 경쟁력도 오르지 않는다. 그가 글로벌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느냐고 제약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시장은 기술력이 떨어지고 자본도 부족해 염두가 안 나니 아시아에 우선 진출해 돈을 번 다음 미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일종의 우회전술이었다. K 전 국장은 보건산업은 사람 몸에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 임상이 경쟁력의 원천이라 믿었다. 임상이 가장 강하고 비중이 큰 시장은 미국이다. 중국에서나 통하는 실력으로는 미국을 넘볼 수 없다. 힘에 부치겠지만 미국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통과 못하면 세계 어느 나라든 들어갈 수 없다.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바탕으로 자꾸 부딪히면 벽을 뚫을 수 있다는 게 K 전 국장의 생각이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 참여기업 선정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북미시장 진출 경험 유무, 진출 의지, 제품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다. 총 41개 기업에 제약이 21개 기업, 의료기기가 17개 기업 화장품이 3개 기업이었다. 참여기업에 △북미 임상시험 연구개발(R&D) 지원 시 가산점 부여 △지적재산권 관리․분석 및 특허컨설팅 지원 △현지 인허가 관련 파트너십 구축 △인허가 컨설팅 및 획득비용 지원 △현지마케팅 지원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K 전 국장은 이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본격 가시화하기 위해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에 몇 차례 다니면서, 미국 FDA 소속 한국인 직원들을 만나고 교포 의사회와도 접촉해 우리 제품을 임상에 써 달라고 부탁했다. 현지의 과학기술자들과 세미나도 했고, 양해각서도 체결하는 식으로 보건산업정책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콜럼버스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계속 미국의 문을 두드렸다. 2015년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개발 기반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로 대성공을 거뒀다. 한미약품 경영진과 연구기술진의 오랜 노력의 결과다. 한미약품 역시 북미시장의 가치를 알아보고 미국 임상시험에 도전했고, 결국 8조원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술회한다.

 그 다음 수순으로 K 전 국장은 R&D 투자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제약기업을 선발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했다. 총 83개 사가 신청했고 최초로 43개 사가 인증 받았다.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인증을 바로 철회한다는 조건을 붙여 병원의 리베이트 요구를 거절할 명분을 만들고, 물질적 지원보다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올렸다. 기업들로서는 병원의 리베이트 요구를 거절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K 전 국장은 ‘병원수출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병원들을 내보내자고 주장했다. 약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병원이고, 임상시험을 하는 곳도 병원이다. 병원도 이제 단순히 투약만 하지 말고 스스로 개발할 생각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보바스 기념병원이 두바이에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등 개인병원들은 해외에 이미 많이 나가 있었으며, 제약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병원이다. 해외환자유치사업도 재검토했다. 중동에서 환자 등을 꽤 데려왔는데 환자 1명에 1천만 원 벌기가 쉽지 않다. 1명, 2명 데려오는 것을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그 쪽 환자들로 여기까지 오기 힘들다. 차라리 병원을 수출하자! 우리나라가 나가서 환자들을 치료해주면 될 게 아닌가. 멀리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왕립병원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취지에서 ‘연구중심병원’ 10곳을 선정했다.

 K 전 국장이 보기에, 우리 보건산업의 체질을 ‘실전용’으로 바꿔놓았던 계기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탄생이라 자평한다. 전에는 보건산업 육성방안은 R&D 지원으로 예산을 뿌려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정책의 가닥이 R&D 중심에서 사업 중심으로 이동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적극적인 정부 육성책에 힘입어 많은 한국 보건의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로 한국보건의료산업이 세계 최강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행정고시 31회인 K 전 국장은 필자와 알고 지낸 지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제시된 ‘국가비전 2030’ 보고서를 창안한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국가비전 2030’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에 따른 경제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전략조정팀장이었던 K 전 국장은 “한국이 201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 세계 10위에 오른다”는 내용의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실 공동선임행정관을 지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을 지내고 공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권에서 사실상 안철수 캠프의 보건의료 공약을 수립했다.

홍성익 기자  hongsi@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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