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의료환경 현실 반영해 건보흑자 개방했어야…소모적 협상방식도 지적

밤새도록 장시간 진행된 2018년도 수가협상이 2년 연속으로 전유형 타결됐지만 각 공급자단체에서는 못내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보건당국이 어려운 의료환경을 외면한 채 20조에 달하는 건보재정 누적흑자에 대한 곳간을 활짝 개방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수가인상률에 대한 평가에서는 각 공급자단체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의원수가의 경우 공급자단체에서 최상의 인상률을 기록하며 선방한 반면 병원수가는 최저 인상률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추가재정소요액(밴딩폭)은 총 8324억원으로 전년보다 100억원 증가했고, 평균 2.28%가 인상됐다.

수가인상률은 의원 3.1%, 병원 1.7%, 약국 2.9%, 치과 2.7%, 한방 2.9%, 조산사 3.4%, 보건기관 2.8% 등이다.

의원수가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재 개원가의 어려운 환경을 반영한 수가인상률을 거두지는 못해 아쉽지만 1차의료를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였다고 평가했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고사 직전의 일차의료는 저수가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주지의 사실을 정부가 알고 있음에도 수가반영이 미진했다”며 “고생하는 의사회원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수가 인상률을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정부가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지를 부족하나마 볼수 있었다”며 “정부는 이번 수가협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일차의료 살리기와 저수가 해결에 굳은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개원가에서는 의원수가가 조산사를 제외하고 제일 높은 인상률을 보였고, 5년 연속으로 3%의 인상률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A개원의는 “인상률 3%을 넘겼기 때문에 의원으로서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거 같다”며 “공단이 재정에 대해 타이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협이 협상을 잘 이끌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병원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예상 밖의 결과라면서 매우 침통한 분위기다.

대한병원협회 박용주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진료량은 늘었지만 비급여의 급여화 등 병원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과 메르스 이후 시설기준, 인력확충 등 소요비용은 물론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보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적정 수가 인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회원병원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해 결과를 보여 송구하다”고 말했다.

병협 홍정용 회장은 “회원병원들이 안정적으로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가인상에 노력했으나 지난해 높은 진료비 증가율 등이 협상 진행에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며 “병협은 앞으로 병원경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더욱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치과계는 수가인상률보다는 선택권이 없는 소모적인 협상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수가협상단장(부회장)은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서로 이해하면서 접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부족하지만 더 나은 선택이 없어 협상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치협 서울지부 최대영 부회장은 “현재의 협상 방식은 안 된다”며 “협상 시한인 자정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지켜져야 한다. 소모적인 협상 방식은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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