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공학이 만난 인류 최초 완전자동 로봇의사…정형외과 수술 최적화, 치료 완성도 배가

대한민국 대표 의료로봇기업 큐렉소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수의사인 Hap Paul 박사와 정형외과의사 William Bargar 박사는 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고관절 전치환술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대퇴골 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인공관절을 정확히 안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재수술률을 낮출 수 있을텐데...’

인류 최초 수술로봇을 개발한 미국 수의사 Hap Paul 박사와 정형외과의사 William Bargar 박사

Paul과 Bargar 박사는 이러한 고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들은 뉴욕의 요크타운 하이츠에 있는 IBM연구센터에 아이디어를 가져와 연구를 시작했고, 1986년 IBM과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간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연구의 완성도가 높아지자 1990년 IBM은 3백만 달러를 투자해 ISS를 설립했고 2년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조종과 시술이 가능한 완전자동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프로토 타입이 완성된 1992년, 수의사 Paul은 자신의 환자인 26마리 개에게 최초 임상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는 당시 의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수술로봇 제조사 ISS는 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컴퓨터월드 스미소니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미국 FDA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사전임상(IDE)을 승인했고, 그 해 11월 64세의 미국 남성 워렌 로버츠씨가 대상자로 선정돼 세계 최초 로봇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15년 후인 2007년 로버츠씨는 다른 쪽 고관절도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공학 정확도와 섬세함 결합…‘human error’ 제거, 환자 최적 결과 제공

1992년 인간 대상으로 진행된 최초의 로봇수술

완전자동로봇, 햅틱이나 네비게이션처럼 반자동 또는 안내 시스템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이 완전자동로봇시스템의 이름은 ‘로보닥(ROBODOC)’이다. 지시한 일을 스스로 움직여 정확히 수행하는 인류 최초 완전자동로봇이 탄생한 것으로, 로봇이라는 공학의 정확도와 섬세함을 지니고, 의학을 바탕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의사라는 뜻으로 Robot+Doctor=Robodoc(로보닥)이라 이름 지었다.

로보닥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환부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다리축과 각도 등을 정확히 계산하는 사전 수술계획기기, 다른 하나는 지시된 계획을 공학적인 정밀도로 수행하는 로봇수술기기이다.

수술계획기기는 정형외과(Orthopaedic)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보다 정확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Orthopaedic+Doctor’의 뜻으로 올소닥(Orthodoc)이라 불렀다.

로보닥시스템은 계획과 실행의 오차범위가 0.2mm, 2도 이내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명과 환자편의는 기준보다 절삭오차가 3도를 넘어설 때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보닥은 2도 안쪽의 오차범위 비율이 99%에 달한다. 또한 ‘human error’를 없애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결과를 항상 일정하게 만들어 낸다.

정형외과의사가 입는 아이언맨 수트 ‘티솔루션 원’

인공관절 수술로봇 신제품 '티솔루션 원'

로보닥은 여전히 미국에서 연구 개발되고 있지만 실 주인은 한국기업 ‘큐렉소’다. 2006년 큐렉소가 250억원을 투자해 ISS의 자산 일체를 인수했고 그 후 로보닥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봇의사라는 어쩌면 차가운 느낌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진정한 의사라면 단순히 정밀하고 기

계적인 계산에 의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병의 상태와 그가 가지고 있는 고통과 희망을 아울러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토니 스타크가 첨단수트를 입어야 아이언맨으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로보닥은 외과 의사의 첨단 수트가 되어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로보닥 신제품은 정형외과 수술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됐다.

로보닥 신제품도 의사가 수술에 앞서 고민하고 계획(plan)해서 최상의 해결책(solution)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의미로 TSolution One Surgical System으로 정했다. 수술을 계획하는 올소닥(Othodoc)은 티플랜(Tplan), 자동으로 뼈를 깎는 로보닥(Robodoc)은 티캣(TCAT, Computer Assisted Tool)으로 변경됐다.

현재 티솔루션원은 해외 판매를 위해 각국의 인허가를 진행 중에 있다. 로보닥 수술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만여건의 수술을 완료했고, 한국은 2002년부터 도입돼 13개 병원에서 누적 2만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