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 암 치료의 새로운 역사 예고

암 선택적 공격하고 면역시스템도 활성화시켜
신생혈관 억제 효과…간암·고형암에 적용 가능

최근 간암 환우들의 인터넷 카페 등에는 ‘펙사벡’ 임상시험에 대한 문의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제제라는 생소함과 두려움은 어느덧 사라지고 투여 받을 수 있는 병원과 선정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답이 주를 이룬다.

신라젠(대표 문은상)이 글로벌 임상3상을 시작한 ‘펙사벡’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다. 인류가 오랫동안 백신으로 사용해오던 백시니아 바이러스에서 TK유전자(Thymidine Kinase)를 불활성화하여 암세포에서만 증식하도록 변형시킨 바이러스이다. TK는 thymidine+ATP→TMP+ADP의 과정을 촉매하여 DNA 생합성의 필수적인 재료인 TMP(Thy midine-monophosphate)를 제공하는 효소이다.

TK는 세포가 분열할 때에만 필요하므로 정상세포에서는 거의 발현하지 않는 반면, 암세포는 이를 과발현 한다. 바이러스는 대개 자신의 게놈(genome)에 TK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숙주세포의 세포주기에 상관없이 자신의 게놈을 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펙사벡’은 결여된 자신의 TK 때문에 숙주세포의 TK 활성도에 의존하여 게놈을 복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암세포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이유이며, 안전성의 근거이다.

펙사벡’은 유전자 치료제이며, 동시에 면역증진제이기도 하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밖에서 들어오는 병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생겨나는 암세포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때문에, 암조직편을 만들어 면역화학염색을 하면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s, 이하 APC)와 T세포 등이 다수 관찰된다. T세포 침투가 많은 종양(T cell-inflamed tumor)은 옵디보나 키트루다, 여보이 등의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에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인다. 암조직에 침투는 하였으나 종양미세환경 하에서 활성을 잃어버린 T세포의 항암 능력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T세포 침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종양(non T cell-inflamed tumor)이 더 빈번하며, 70% 이상의 암에서 면역관문억제제 단독치료가 무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한 빅파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종양으로 T세포의 침투를 유도해 줄 어떠한 병합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이제부터 ‘펙사벡’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감염시 분비되는 1형 인터페론(type1 IFN)은 감염된 조직으로 T세포 침투를 유도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인 ‘펙사벡’은 감염된 숙주세포로 하여금 인터페론 분비를 유발하고 수지상세포를 성숙시켜암항원을 인지하는 T세포를 효과적으로 교차감작(cross priming)할 수 있다. 동시에 펙사벡게놈의 TK가 결여된 곳에는 GMCSF유전자가 삽입되어 감염된 암조직 내의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하고 APC를 활성화한다. 즉, 면역관문억제제의 매우 이상적인 병합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펙사벡’은 종양내에 신생혈관 생성을 방해하고 암조직의 고사를 유도한다. 암조직은 정상조직보다 빠른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곳으로 영양소와 산소의 소모도 왕성하게 일어나는 장소이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엄격한 조절 하에서만 새로운 혈관형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종양미세환경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모세혈관이 형성되어 혈액을 공급받고 암세포가 영양과 산소를 독점한다. ‘펙사벡’은 빠르게 성장하는 혈관세포에도 감염하여 파괴시킴으로써 마치 아바스틴과 같은 신생혈관억제제를 병용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결론을 맺자. ‘펙사벡’은 고전적인 항암제와 매우 다르다. 정상세포나 암세포나 다같이 공격을 받되 정상세포가 피해를 덜 입는 정도의 안전성만을 제공하는 화학 항암제에 비해 암 선택적인 공격을 전제로 한다. 치료받으면 암과 함께 면역세포도 손상 받는 방사선 요법과도 달리 면역시스템을 오히려 활성화한다. 전술한 기전들에 의하면 간암뿐 아니라 모든 고형암에 적용이 가능하다. 펙사벡이 면역관문억제제와 손잡고 암치료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자료제공= 신라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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