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시장 놓고 글로벌제약과 한판승부 예고, 국내 신약 경쟁력 시험무대 될 듯

3000억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효과 및 안전성 면에서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임상 결론으로 비슷한 역정의 카나브의 뒤를 이어 토종 신약의 성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동제약이 지난 15일, 만성B형간염치료 신약 ‘베시보(성분명 베시포비르디피복실말레산염)’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출격채비에 들어갔다. 베시보는 28번째 국산신약이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뉴클레오티드계열 만성 B형 간염치료제다.

베시보정은 그 동안의 임상시험 결과, 우수한 항바이러스면에서 효능이 입증되었으며, 기존 치료제들에서 발견되던 이상반응이나 내성문제가 개선되어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의 새로운 선택지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동제약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글로벌 약물인 엔테카비르(제품명 바라크루드)와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제품명 비리어드)과의 각각 2상 및 3상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3상에서 대조약으로 사용된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은 현존하는 B형 간염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약물이다.

베시보는 B형간염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엔테카비르와 96주간 비교한 2상임상시험, 그리고 197명을 대상으로 테노포비르와 48주간 비교한 3상임상시험에서 혈중 B형간염바이러스 DNA정량 검사 결과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이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골감소를 보인 환자가 테노포비르에 비해 적은 반면 골밀도가 정상인 환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제내성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베시보정은 기존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골밀도 감소 및 신기능 감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음을 입증하면서, 3천억규모의 B형간염치료제 시장에서 세계적인 약물들과의 진검승부를 기대하게 한다.

뉴클레오티드계열의 치료제에서는 비리어드 외에 경쟁약물이 없었고, 특히 만성B형간염환자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성에 대한 비교 우위는 약물 처방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동제약도, 자사 1호 신약인 베시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일동제약은 이미국내 치료제 분야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베시보의 차별점을 무기로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엘카르니틴 병용, 신규약물과의 경쟁 등 극복과제 많아

하지만 베시보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베시보정의 임상 단계에서 복용환자들에게 L-카르니틴의 감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베시보의 허가에 따르면, 베시보 복용시 L-카르니틴을 추가로 복용해야 한다.

L카르니틴의 추가 복용은 환자들의 거부감이나 약가 등의 측면에서 분명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2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베시보 임상을 진행했던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조직학적으로 L-카르니틴 복용이 지방간염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L-카르니틴은 여러가지 대사에 관여하는 영양 강화성분으로 환자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영양성분인 L카르니틴을 필수적으로 복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간 건강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 밖에 새로운 경쟁약물들의 등장도 베시보에게는 큰 위협이다. 길리어드는 최근 기존 비리어드의 크기와안전성을 개선한 베믈리디 출시를 예고했다. 또, 이미 바라크루드 제너릭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연말 비리어드의 특허 만료가 예정되어 있어 비리어드 제너릭도 등장할 것이다. 일동제약이 베시보 출시를 위한 남은 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빠른 출시를 이루어 시장안착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산신약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체질강화 필요

신약이 가져오는 부가가치는 크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베시보 임상을 시작한2012년 9월부터 연구 및 개발 담당 인원 150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진행될 베시보 관련 임상을 위해서 지속적인 충원을 예정하고 있으며, 금년 말 발매를 전후해서는 마케팅 및 영업 인원에 대한 채용도 계획하고 있다.

수출에 대한 기대도 밝다. 베시보의 임상결과는 유럽간학회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의료계인사는 “앞으로 뉴클레오티드계열의 치료제는 더 개발될 것이 없기 때문에, 특히 동남아시아 쪽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일동제약은 아직 해외수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고 있다.

신약에 대한 투자는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오랜 시간,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던 신약도 임상단계에서 인체독성이나 심각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곤 한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야 한다는 점과, 국내 제약회사들의 규모나 이익구조를 감안하면, 실패시의 리스크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제약바이오업체의 신약 연구개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약가제도 보완, 그리고 상용화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절차 효율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마침, 제약바이오협회도 이에 대한 다양한 건의를 진행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보건산업 분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되고 있다. 국내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계당국과 제약협회차원의 더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정부 출범 후 첫 신약이자, ‘대한민국 제28호 신약’의 앞으로의 행보가 앞으로 대한민국이 신약강국으로 가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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