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법원이 강제입원 결정-준비없는 정신보건법 시행 환자 지역사회에 방치 우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정한용)가 30일 시행되는 개정 정신보건법과 관련 "준비되지 않은 행정 퇴원을 조장해 인권보장의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에서 방치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법 시행에 앞서 정신질환자들의 지역사회 재활 및 치료 시설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한국 실정에 맞는 사법입원 또는 준사법입원 제도로의 재개정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6일 개정정신보건법 시행에 대한 입장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현대 정신보건법의 핵심은 정신질환의 경우 입퇴원 과정의 결정권과 함께 퇴원이후의 삶도 국가가 책임진다는데 있다"며 "외국에서 사법입원 또는 준사법입원의 방식으로 국가가 결정하는 이유는 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과 그에 대한 책임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개정법의 핵심인 입원적합성위원회는 시범조사로 1년 유예된 상태에서 그마저 서류심사가 중심이라는 점 그리고 2인진단의 주체로 국공립병원의사수가 부족해 이를 다시 민간전문의에게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인권보호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이런 정책은 무늬만 선진화이고 핵심은 모두 빠졌다는 점에서 다른 적폐와 유사한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회는 국가가 퇴원 후의 대책도 온전히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회는 "탈수용화는 법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야만 한다"며 "하지만 법 개정에 따른 지역의 정신보건센터나 주거시설에 대한 투자는 전혀 늘지 않았고 지역사회기관의 수용정원은 1.4%(경기연구원 자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등록관리율은 18.4%에 불과하지만 이미 센터 전문요원은 한 명당 100명 가까운 중증장애를 돌보고 있다며 미국에서 100명의 환자에게 1명의 전문의와 10-15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지역사회서비스를 하는데 비교할 상황이 못 된다고 학회는 밝혔다.

학회는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당국의 대책 역시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고 비난했다.

민간지정기관에 참여하라며 한명이 6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민간병원 전문의들에게 행정력을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왔으며 시행을 1주 앞둔 시점에서 입퇴원 시스템에 대한 전국교육은 세종시에서만 이틀 진행하며 그것도 불과 1주전에 공지하는 등 졸속의 연장에 서있다는 것.

학회는 "심지어 지역사회 민간기관의 담함을 조장하며 서로 간에 매칭을 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기까지 했다"며 "정부가 국공립의사를 제도운영의 주체로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알아서 2차 진단병원을 지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결국 국민과 의료인 사이에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인권보호와 탈수용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한국형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은 일부 주(州)에서 법원이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도 강제 입원 및 강제 치료에 대해 법원의 사전 사법심사를 거치는 방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호주도 준사법기구인 정신보건심판원이 강제 입원 명령뿐만 아니라 입원환자들의 입원 지속 여부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다.

학회는 또한 탈수용화로 인한 피해나 편견의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시급히 제대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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