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정보 공개, 우려감 팽배…의료기기협회 등 4개 단체 TF 구성 공동 대응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ICT 기반의 고유식별코드(Unique Device Identification, UDI)를 부착해 활용하는 의료기기 유통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을 두고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4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UDI에 기업의 제품 공급 단가 등의 가격 정보 일괄 공개를 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DI에는 제품단위 식별자 부분에 △포장수준 △회사코드 △제품코드가 표시되며 생산단위 식별자에는 △만료일 △로트번호 △제조일 △일련번호 등이 담기게 된다. 의료기기의 모든 정보가 코드 하나에 담기는 셈이다. 그리고 제조자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의료기기의 전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미 FDA의 경우 GUDID라는 공공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의료기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두 확인하고 있다. 식약처 역시 미국의 GUDID를 표본삼아 한국 실정에 적합한 공공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업계의 수용력과 시스템 구축 기간 등을 고려해 위해도와 시급성이 높은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재사용 가능성을 막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해 의료기기 허가생산 유통사용 등의 전주기 정보를 수집 관리는 미국·유럽 등 세계적인 추세의 제도임을 인정하나, 복지부·심평원 등이 수집 관리 항목에 가격 정보까지 포함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이기에 제도화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건강보험수가 인하의 근거로 활용이 확실시되기에 업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UDI가 글로벌 표준이 돼서 수출하는데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보고 항목 중에 단계별로 금액과 단가를 적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라며 “단순하게 제약 쪽과 비교하는 것 같은데 제약과 의료기기는 전혀 다르다. 의료기기는 소량 다품종이고 품목도 2,300여개가 넘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원가 조사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결국 내리려고 하지 올려주려고 가격조사하지는 않지 않는가”라며 “적정가격을 보장하지 않는 가운데 업계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규제가 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문을 닫아야겠다는 곡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고 신성장동력이라는 칭호가 무색한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업체 A사 마케팅 담당자도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한 이점이 있겠지만 당장 추가 인력부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여유가 있다는 우리도 체계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소액제품들까지 포함시킨다는 점과 병원 마다 코드가 다른 현실에서 규격에 맞춰, 기존의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길 대응과 각종 시행착오들에 대해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한치과기재산업협회,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등 4개 단체는 이 문제를 심각한 의료기기산업 성장을 막는 제도라 여기고 긴급하게 TF를 구성해 공동대응에 나설 예정이며, 향후 법률적 자문과 더불어 모아진 업계의 입장을 정부에게 명확히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