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지부 행정처분 제동...“평등원칙 위배-요양기관 영업 자유, 법적 안전성 등 침해”

복지부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현지조사기간 자의적 확대로 인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은 평등원칙을 위배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는 최근 전남 화순에서 B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승소를 판결했다.

지난 2012년 8월 B병원에 대해 현지확인을 실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장관에서 조사기간을 2011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로 하는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복지부장관은 2013년 4월 조사대상기간을 2011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와 2012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로 정한 B병원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다 조사대상기간을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총 36개월로 확장해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B병원에서 이OO씨가 행정원장으로서 직원채용 등 업무를 수행하고, 박OO씨는 의약품 및 각종 물품구매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김OO는 원무과장으로 원무과 업무를 수행했고 김XX씨는 법인실 계장으로 행정업무를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가 위 사람들이 영양사 또는 조리사로서 병원에 상근해 환자식 제공을 담당했다고 신고한 다음 공단에 영양사 가산금과 조리사 가산금 합계 2억 2,875만 6,230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10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공단은 2016년 2월 같은 사유로 A씨에 대해 위 2억 2,875만 6,230원 중 이미 환수한 110만 1,600원을 제외한 나머지인 2억 2,765만 4,63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했다.

하지만 A씨는 “복지부장관이 만든 요양기고나 현지조사 지침은 수년간 되풀이 시행돼 그에 따른 관행이 형성돼 있으므로 사건 지침을 위반해 현지조사를 하는 경우 평등원칙에 위배돼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 지침에는 ‘조사 과정 중 고의적 혹은 지속적 거짓청구가 확인되는 경우에 조사시점에서 가장 최근 지급된 진료분을 기준으로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발생시점까지 소급해 조사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복지부장관은 현지조사 당시 기간을 확장하기 전까지 거짓청구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지침을 위반해 조사대상기간을 3년으로 확장해 조사했다”고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들은 “현지조사 당시 조사대상기간을 확장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원고의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했거나 당초 조사대상기간에 원고가 요양급여비용을 고의적 혹은 지속적으로 거짓청구를 했다는 점에 관한 증거를 확보해 지침에 따라 확장했다”며 적법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현지 조사에서 진행된 각종 절차는 모두 사건 지침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들도 스스로 위 지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해 행정관행이 형성됐음을 인정할 수 있는데, 조사대상기간을 확장함에 있어 사건 지침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관해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복지부장관이 요양기관 현지조사에서 사건 지침을 위반해 자의적으로 조사대상기간을 확장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전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그 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의 적법성을 이와 별개로 판단할 경우 현지 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체적 위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요양기관 업무정치 처분은 위와 같이 평등원칙에 반해 확장한 조사대상기간에 관해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포함해 이뤄진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전부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또한 “이번 사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평등원칙에 반해 확장한 조사대상기간에 관해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내려진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에 한해 위법하지만,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법한 부분을 명확히 확정해 요양급여비용을 정당하게 환수할 수 있는 부분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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