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환자 대상 약물 순응도 개선 사업 진행…보건소 유리하게 정책 설계 의혹

보건소의 역할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간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보건소를 통해 만성질환관리제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건강증진사업 성과대회’에서 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우수사례 중 보건소 약물 순응도 개선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약물 순응도 개선사업은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은 후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업으로, 투약계획서 작성과 방문관리, 전화 모니터링 기초‧합병증 검진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돼있다.

보건소 약물 순응도 개선 사업 흐름도. 방문관리와 개인별 투약관리 프로그램 등이 눈에 띈다.

보건소가 구성‧진행한 프로그램은, 그러나 현재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오히려 보건소가 구성한 프로그램은 세 차례의 방문관리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원격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보다 그 효과성이 뛰어날 수 있다. 사실상 동일 선상 경쟁이 아닌 셈이다.

이러한 사업 모델 구성은 추후에 보건소가 직접 진료 행위와 환자 관리까지 뛰어드는 ‘보건소 만성질환관리제’ 전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보건소를 이용, 스마트폰으로 만성질환 관리를 진행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도 작년부터 진행 중이다.

사업 참여군 모집도 보건소에서 진료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지적 사항으로 꼽힌다. 환자군이 빈곤, 질병, 장애, 고령 등 건강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 가구라는 단서 조항이 없어 일반 환자 대상 사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사업의 적정성부터 역할 논란까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이러한 사업을 복지부가 우수 사업으로 장관 표창까지 수여했다는 점은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가질 수 있다.

당장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보건소의 진료 기능이 일차 의료기관의 진료 기능을 침해하는 사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 관계자는 “진료는 결국 의료기관이 중심에 서야 하는 역할이고 보건소는 예방을 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하고 “성과만 중시하며 성급하게 보건의료 계획을 세우면 나중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약 이러한 사업을 하려 해도 보건소가 직접 행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지역 내 일차 의료기관을 이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며 안정성이 뛰어나다”면서 “보건소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어느 정도 활용한 형태라고 보여지는데 결국 환자들을 의료기관이 아닌 보건소로 유인하는 행위로 의심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수 사례 지정이 있었음을 밝히고, 기본적으로 의료기관과 보건소 간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부 사업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진 않았다”면서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과 사업 모델이 겹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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