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복장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합리성·성평등 강조도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기동훈, 이하 대전협)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발행 및 배포한 의사 용모 복장 매뉴얼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철회를 권고했다.

해당 매뉴얼은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전체 의사직을 대상으로 공지됐다. 그 내용은 약 50페이지로 △여성의 용모복장 △여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남성의 용모복장 △남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용모복장체크리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전협은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매뉴얼이나 그 내용을 확인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출퇴근 복장에 대한 제한(남녀공통) △'화장기 없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게 보이므로 생기 있는 메이크업'을 지시 △눈썹 정리와 아이브로우 사용, 아이라인 혹은 마스카라의 사용과 블러셔, 립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색상 지시 및 수정화장 지시 △은은한 향수 사용 권장(남녀공통) △뒤 옷깃에 닿는 머리부터는 올림머리로 연출, 헤어 제품을 사용해 잔머리를 완전히 없앨 것 지시(여성) △코털 정리 지시(남성) △로션 사용 지시(남성) △마스크 착용 시에도 메이크업 및 틴트 사용으로 입술 색깔을 ‘화사하게’ 할 것 지시 △체크리스트에서 성별을 분리하여 메이크업과 스타킹 등에 대한 지시 수록(여성) 등이다.

대전협은 이러한 내용들이 헌법 제 10조, 12조, 37조 2항에 위배되어 인권침해적인 소지가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 2조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 제 3호, 헌법 제 11조 위반으로 성차별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의료인으로서의 감염관리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터이나 해당 매뉴얼의 대부분은 여성 의료인을 '화사하게' 단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대전협 안치현 여성수련교육이사는 "의료인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성별에 따라 그 역할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공의들에게만 추가적인 외모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성차별로 여성 전공의를 한사람의 의료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해당 매뉴얼을 접한 다른 전공의들 역시 '그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의료인으로서의 복장 지침이 왜 남녀를 구분해서 만들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더러 향수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은 처음 본다', '여성 전공의에게 화장하고 올림머리를 하라는 것이 환자를 위한 규정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전협은 금일(23일) 오전 해당 매뉴얼에 대한 철회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선진적인 병원 문화 확산을 위한 협조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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