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의료로봇 육성 절실하다

정성현
큐렉소 부사장
전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상무

이제 19대 대통령이 새롭게 취임했다. 국제관계나 사회경제적으로 엄중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새 정부가 출발하는 시점이다. 특히 국내 주력산업이 성장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의 전환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복잡하게 꼬인 우리의 경제와 산업의 나아갈 길을 잘 풀어가야만 할 것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가전, 통신기기,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이 5년 후면 중국에 따라 잡힌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섰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2013년까지 꾸준히 중국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였지만, 2014년 상황(중국 5.6%, 한국 5.2%)이 역전됐다.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응 종합대책에서는 로봇을 포함한 기계의 지능화를 통해 산업구조 근본이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도 순위는 체코,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25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의 위기와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산업이 위협받고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발전 기회에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위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중국이 빠르게 우리나라를 추격할 수 있는 이유는 제조 2025전략 등 다양한 형태의 산업구조의 양적, 질적 고도화 정책 때문이다. 우리도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신산업과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각종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 등 우리 정부의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한 세대 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적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관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하였고,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5조원에 불과한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우리의 높은 제조업 기술수준과 세계적인 임상능력을 활용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의료로봇분야는 고부가가치이면서도 고성장분야로 임상기술과 로봇기술을 겸비한 우리나라의 강점을 발휘하기 충분한 분야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로 인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 2015년 21조 9000억원 규모였던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의료비가 2050년에는 최대 281조 362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고령화에 따른 각종 질환과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의료로봇은 치료효과와 의료의 효율성 제고측면에서 이러한 국가적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분야이기도 하다.

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로 유명한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경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액이 10배로 성장하는 대기록을 보여주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빈치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의료기기 분야 글로벌 1~2위인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사와 메드트로닉사가 복강경 수술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등 수술로봇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급속한 성장을 우리나라의 높은 임상기술이 지원했다는 점이다. 다빈치의 성장에는 초기 전립선수술분야 외에 산부인과나 일반외과분야로의 확장이 큰 역할을 했다.

2005년 다빈치 수술로봇을 도입한 한국이 새로운 분야에서 수많은 수술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신분야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트랙레코드를 축적해 주었던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인튜이티브 서지컬 본사의 중역이 이점에 대해 깊은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하였다.

정형외과 수술로봇 분야는 내장기관 등 연조직을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로봇과는 다른 분야로 최근 새롭게 부각되어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정형외과 의료기기 선두회사인 스트라이커사가 1조 8천억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정형외과 수술로봇 회사인 마코서지컬사를 인수해 화제가 됐는데, 최근 열린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에서도 수술로봇이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던 것이다.

스트라이커사를 필두로 시장의 강자인 짐머바이오멧사가 1500억원을 들여 로봇회사를 인수하고 의료로봇을 출품하였고, 스미스앤네퓨사 등 여러회사가 수술로봇을 내놓고 정형외과 수술의 로봇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또한 재활로봇 시장도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매우 활발하게 하여 스위스의 호코마사가 홍콩의 디아이에이치사에 인수되고, 중국의 최대 가전사인 메이디사가 재활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등 매우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2021년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재활로봇시장 또한 같은 시기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성장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수년 전부터 민관이 협력해 의료로봇 분야의 기술개발에 투자함으로 재활로봇과 수술로봇분야에서 상용화 수준에 도달한 제품이 다수 도출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보행재활로봇, 환자이동보조로봇, 중재시술로봇 등 3기종의 의료로봇을 상용화해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을 비롯한 국내 7개 의료기관에 보급하고 실증을 통해 트렉레코드를 확보하는 중이며, 피앤에스미캐닉스는 외골격형 보행재활로봇을 상품화하였고 큐렉소는 정형외과 수술로봇 로보닥 신제품을 출시한 상황이다.

미래컴퍼니는 복강경수술로봇을 개발해 최근 성공적으로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고영테크놀로지는 뇌정위수술로봇을 개발하여 인허가를 완료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성장의 초입에 있는 의료로봇분야에서 우리나라도 몇몇 선구적인 기업들이 초기 상용화 제품을 내놓고 있고 개발된 로봇을 기반으로 우리 의료진의 전문적 치료법이 결합된 한국형의료패키지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국가적인 신성장동력으로서 발전에 많은 기대가 되고 있다.

의료로봇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아이템의 발굴, 개발, 평가, 인허가 및 판매단계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안정적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보험수가화 및 공공 의료기관 보급 등 수요를 창출하여 국내 트랙레코드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각종 국책과제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며 국내 의료로봇산업의 생태계 조성과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보급 확대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화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등 제도의 장벽에 막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오랜 기간과 많은 투자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거나, 임상적 안전성을 검증받은 의료기기들조차도 건강보험 수가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실질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기기의 인허가와 국가적 의료비부담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평가제도의 엄중성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엄격한 판매허가의 장벽을 넘었으나 또 다른 관문인 건강보험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시장에 내놓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의료로봇 제품의 경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첨단 의료로봇은 치료효과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각종 질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적 의료비의 절감 또한 기대할 수 있기에, 산업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와 국민건강제고 및 의료비절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의료로봇시장 진입을 위해 고군분투하였으나 각종 제도와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관련자들에게 새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현대중공업-큐렉소 맞손= 현대중공업 의료사업부와 수술로봇 전문업체 큐렉소간 영업양수도계약을 통한 국내 최대 의료로봇기업이 6월 1일 공식 출항한다.

산업용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의료로봇을 개발, 국내 주요병원에서 개발된 의료로봇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실증을 추진해 온 현대중공업은 의료부문 R&D 인력을 포함해 보행재활로봇과 환자이동로봇, 중재시술로봇, 정형외과 수술로봇 등 관련 유무형자산을 현물로 출자하고 큐렉소의 2대 주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큐렉소는 세계 최초의 수술로봇인 로보닥을 국내외에 판매해오며 누적 수술건수가 4만건에 이르는 수술로봇 전문기업으로 이번 영업양수도계약을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의료로봇 전문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의료로봇을 포함한 의료자동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 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756억달러까지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술로봇 시장은 2024년 20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주력산업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정부도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기술과 제조기술을 융합한 의료로봇의 성장 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고령친화산업으로서 재활로봇 육성을 포함한 투자활성화 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0년간 축적된 산업용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의료로봇을 개발해 왔다. 특히 회사 내 연구실뿐만 아니라 병원에도 공동연구실을 개설해 아이디어발굴부터 제품검증까지 현장에 밀착한 제품개발 환경을 구축하였다. 개발한 제품 중 보행재활로봇, 중재시술로봇, 환자이동 보조로봇 등 3종은 식약처 허가를 완료하고 국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뇌졸중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위한 보행재활로봇 모닝워크는 복잡한 외골격장치 없이 발판을 움직여 간편하게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2014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전국 7개 병원에서 활용중이다.

빠르고 편리하게 장비를 착용할 수 있어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으며, 최근 해외수출을 위한 CE인증과 FDA 등록을 완료했다.

종양의 검사와 치료를 위해 정확한 바늘삽입을 가이드해 주는 중재시술로봇은 의사의 경험과 해부학적 지식에만 의존하던 기존 시술법을 개선하여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간병인의 노력을 획기적으로 경감해 줄 수 있는 환자이동보조로봇도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실증을 하고 있다. 이외에 인대재건을 위한 정형외과 수술로봇의 국내 인증을 완료하고 원격조종형 중재시술로봇의 시험검사를 통과하는 등 다양한 의료로봇을 상품화하고 있다.

의료로봇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아이템의 발굴, 개발, 평가, 인허가 및 판매단계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안정적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보험수가화 및 공공 의료기관 보급 등 수요를 창출하여 국내 트랙레코드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래부, 산업부 등 정부 부처에서는 수출형 의료로봇 개발과 국내 의료기관 보급 및 실증을 통한 트랙레코드 확보 등을 지원하며 국내 의료로봇산업의 생태계 조성과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보급 확대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화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등의 장벽에 막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국내 의료로봇산업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로봇기술과 의료기술을 접목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다.

2010년, 세계최초의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ROBODOC’의 국산화 개발을 완료하여 의료로봇사업 파트너로서의 성공적인 실적을 달성한 바 있는 현대중공업과 큐렉소는 금번 합작 추진을 통해 의료로봇사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의료로봇산업을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핵심성장산업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플래그십의 성공적인 항해를 힘차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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