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도 정밀의료 일부

방영주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

암은 조기에 진단하여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제로 많은 암환자들은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암을 치료하는 약물로는 흔히 말하는 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있으며, 이들의 정확한 활용은 암환자의 치료성적을 크게 개선시켜 왔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가 새로이 개발되어, 암의 약물치료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면역항암제 개발의 현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미래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면역항암제는 약물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왜곡된 면역체계를 복원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는 점에서 항암제나 표적치료제와는 크게 다르다. 면역항암제는 이미 악성흑색종, 비소세포 폐암, 신장암, 방광암, 두경부암, 호지킨씨병 등에서 그 치료효과가 입증되었고, 그 적응증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중요한 장점은 구토, 탈모, 백혈구감소증과 같은 항암제의 흔한 부작용들이 없다는 점과 효과가 있는 환자에서는 효과지속기간이 다른 약물들보다 긴 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면역항암제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부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폐암의 경우 약 20% 정도의 환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나머지 80%에서는 기존의 항암제보다 효과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면역항암제를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아주 독특한 부작용도 문제가 된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기능을 높여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인데, 일부 환자에서는 갑상선염, 간염, 장염 등 다양한 면역관련 부작용을 일으키고, 때론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이를 조기에 인지하고 치료하는 교육과 경험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약제비가 많이 비싸다는 점이다. 3주마다 치료를 반복하는데, 1회에 7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에 환자 한 명에게 1년에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치료대상의 일부에서만 효과가 있고, 다른 환자들에서는 항암제보다 오히려 열등한 치료효과를 내기에, 보험 적용이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보험급여 문제로 고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면역항암제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효과를 보기 위하여 다른 약제들과 병용하는 연구들이다. 서로 다른 면역항암제를 병용하기도 하고, 항암제 또는 표적치료제와 병용하고 있다. 이미 일부암에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치료효과가 더 뛰어나고, 더 많은 환자들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어떠한 환자들이 효과를 볼지, 아니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예측지표(biomarker)를 찾는 일이다. 좋은 예측지표가 있다면, 보다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보험급여하기도 수월하고, 또한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은 다른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암 치료성적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가장 현실적으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표는 종양의 PD-L1 발현을 보는 방법이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PDL1 발현 정도가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가 있을 가능성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고, 폐암에서는 시판허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보다 정밀한 효과 예측을 위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바, 머지 않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바, 이는 표적치료제는 물론 면역항암제도 정밀의료의 한 부분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항암제, 표적치료제에 이은 면역항암제의 개발은 암의 약물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이들 약제의 병용으로 보다 많은 암환자들이 보다 큰 치료효과를 보게 될 것이고, 치료 전 약제선택도 환자마다 보다 정밀해지는 정밀의료의 구현이 가능해 질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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