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암진료 환자 만족도 높아졌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뒤 약 6개월 후인 2016년 9월 8일 IBM 왓슨포온콜로지를 암진료에 적용을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사람들은 알파고의 실력에 놀라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바둑이라는 일종의 고난이도 게임세계의 일로 생각하였다. 인공지능을 진료, 특히 환자의 생명이 걸린 암치료에 적용한다고 하니 우리 사회는 알파고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눈부신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룰 것이고, 이는 풍요하고 행복한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부터 상상을 초월한 슈퍼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류가 비극적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인공지능의 진료 도입 8개월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이 진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에 대해 그간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IBM 왓슨 도입과정
2014년 미국 임상암학회(ASCO)에서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캐터링 암병원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암 진료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이 뉴스를 접하게 된 것이 인공지능의 진료적용을 검토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논의를 처음 시작한 시점은 알파고 대국 사건 2년 전이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요즈음보다 매우 떨어졌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단어를 개념적 의미의 구별 없이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인공지능 아니 로봇에게 사람의 진료를 맡긴다는 일은 터무니없는 일이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길병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의사들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문화적 사상적 설득 작업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했고, 최종적으로 도입을 결정하기까지 2년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에 더하여 도입을 발표하고도 3개월간의 테스트 과정을 별도로 거쳤다.

◇IBM 왓슨 도입 목적
인공지능을 진료에 도입하는 이유는 이를 통한 진료의 수준향상이다. 세계적인 병원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 세계적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한다. 즉 우리사회로부터 먼저 병원의 진료수준이 세계적임을 인정 받아야한다. 암진료가 병원의 모든 진료수준을 대표할 수는 없으나 하나의 중요한 평가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왓슨포온콜로지는 미국 3대 암병원 중 하나인 메모리얼 슬로언캐터링 암병원(MSKCC)에서 훈련을 담당했다.

그러므로 대부분 메모리얼 슬로언캐터링 병원의 암 종류별 치료방침이 ‘왓슨포온콜로지’와 90%이상 일치한다.

이는 왓슨포온콜로지에 메모리얼 슬로언캐터링 병원의 암치료 관련 치료의사결정 암묵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포춘’지는 기사에서 “왓슨의 장점은 메모리얼 슬로언캐터링 병원 암치료 전문의들의 암묵지가 그대로 녹아있고 이것이 왓슨을 사용하는 다른 병원의 의사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들이 왓슨포온콜로지를 암치료에 적용하는 병원에서 치료 받으면 뉴욕 맨해튼까지 여행을 하지 않아도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병원과 대등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말은 우리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왓슨포온콜로지 도입을 계기로 수도권 일부 병원으로 암환자의 대부분이 몰리는 집중화가 다소라도 해소가 되고, 전 국민이 어디에서나 손쉽게 세계적 수준의 암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제 운용하면서 느낀점
이제까지 약 300여명의 암 환자에게 적용하고 난 후 나타난 가장 긍정적인 현상은 첫 째 환자의 만족도 상승이다.

설문에 응답한 환자 중 90%이상이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제까지의 암진료는 소위 암진료의 명의라는 의사에게 예약하고 대기하다가 의사를 만나고 각종 검사를 한 후 결과를 설명 듣고 치료방법을 추천 받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암진료는 일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쏠림은 개선은커녕 쏠림이 있는 병원 내에서 조차 일부 의사로 편중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3개월 예약대기, 3시간 진료대기, 3분 진료’라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당연히 환자와 환자가족은 ‘의사가 나의 진료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각종 기록을 살피고 수많은 신규 논문과 약물 정보, 치료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검토를 마친 후 나의 치료방법을 결정하였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된다.

반면에 인공지능 암진료는 암환자가 인공지능 진료실에서 5-6명의 전문의로부터 설명을 듣고 여기에 인공지능의 의견이 더해지므로, 당연히 환자의 만족도와 신뢰도는 크게 상승한다.

인공지능이 암진료에 개입하면서 나타난 두 번째 긍정적인 현상은 진료 형태의 바람직한 변화이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의 진료적용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의사들이 요즈음은 쉽게 즐거운 마음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개입하면서 의사들은 (의사들은 결코 인정 안하지만) 인공지능 도입 이전보다 더욱 충실하게 진료준비를 하고 올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울러 다소 관행적이며 관료적이었던 의사결정과정이 합리적인 근거 중심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증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의 뿌리 깊은 도제 제도에서 비롯한 불합리한 의사결정 과정은 줄어들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때로는 인공지능과 의사들의 의견이 서로 같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 발생하여도 의사와 인공지능의 의견 중 선택을 강요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의사들이 의견이 다른 이유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게 되고 더욱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오히려 검증 기회가 늘어나게 되므로 합리적 치료의사결정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세 번째는 환자와의 소통이다. 단순히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넘어 진정한 정보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비로소 환자중심의 진료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환자는 원하면 자기 치료방법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 관항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며, 환자와 의사간에 양방향 의사소통의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향후 발전방향
요즈음 시대를 ‘테크노바디 시대’ ‘포스트휴먼 시대’라고 부른다. 이미 인공지능은 진료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키워드는 혼합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와 파격이다. 인공지능이 의료와 하이브리드 하면서 파생되는 효용성과 다양성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암진료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나 곧 진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며, 지금 이야기되는 이슈들은 마치 스마트폰 출시 초기에 있었던 다양한 이슈들처럼 상당부분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 질 것이다.

인공지능은 중환자관리, 영상판독, 방사선치료, 당뇨환자 혈당관리, 혈압관리. 심장마비 예측 프로그램, 입원환자 관리, 소아환자관리, 정신짛환 치료, 병원경영 개선 등 전 방위로 적용될 것이다. 인공지능 없이 진료하면 오히려 이상하고 불안하게 생각할 날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은 시대의 변화의 흐름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인류문화 진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어느 개인의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원시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철기, 컴퓨터시대로 흘러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개해 간다.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국가나 민족은 예외 없이 사라지거나 수난을 겪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인공지능의 진료적용에 대해 소모적 논쟁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기술적·사회윤리적·법적 이슈들이 있다.

인공지능을 신중하게 적용해가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한다.

의료의 발전을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인공지능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과 아울러 이미 선진 각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우리 나름의 창조적인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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