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성장 가로막는 모호한 규제 풀어야

이종은
유전체기업협의회장

개인의 유전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유전자검사라는 말이 소비자들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다.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직접 의뢰하는 방식을 ‘DTC’라고 한다. DTC는 ‘direct to customer’의 약자로, 일종의 B2C 개념인 컨슈머 유전체 검사 시장을 일컫는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 받을 수 있는 유전자 검사서비스로는 피부진단, 탈모 검사, 친자확인 등에 한정돼 있다.

◇DTC 시장 매년 25% 성장= 2016년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크리던스 리서치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2015년 800억원이었던 DTC 시장규모는 매년 25%가량 증가해 2022년에는 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은 시장규모가 매우 작지만 전 세계적인 DTC시장 활성화에 발맞춰 국내의 규제가 개선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23andme가 최초로 일부 제한적인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서비스로 FDA의 허가를 받아 세계유전체 분석산업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회사의 행보 이후 국내외 유전체산업도 많은 자극을 받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속도 경쟁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해외구매 방식으로 국내에도 서비스를 유통하고 있다.

2017년 4월 미국 FDA는 기존의 보인자검사 (carriertest)에서 확대하여 파킨슨병·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을 포함한 10개 질병에 대한 추가 DTC 검사를 23andme에 허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7월부터 일부 항목에 대한 DTC가 허용됐다. 그 이전까지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전자 검사가 가능했지만, 지난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유전자검사 전문 기업도 혈당,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지수 등 12개 검사항목, 46개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만 직접 서비스 허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DTC가 활성화 되고 있는 해외의 사례와 비춰보면, 국내의 DTC 허용범위는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검사가능한 유전자 항목도 한정적이다. 관련해 국내 유전체기업협의회(이하 유기협) 소속 기업들 및 관련 유전자분석기업의 반발도 거세다.

2016년 11월 기준, 유전자 서비스 기업(비의료기관) 총 94개 중 DTC 서비스를 시행하는 기업은 22.3%인 21개 뿐이다. 본격적인 유전체 분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음에도 막상 기업들이 진입하지 않은 이유는 제한적 허용범위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직접적인 질병 예측 및 약물 처방과 관련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서비스가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의 연구와 개발을 유도해 산업성장에 대한 기대효과를 갖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개인 유전정보 분석에 기반한 맞춤 화장품, 식품배달 서비스, 운동개발 등 연계된 후방산업도 다양한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DTC시장은 46개의 유전자에만 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협소한 허용범위는 다양한 서비스 구현에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DTC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가 제한적이라 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 DTC시장은 열렸으나 그 문이 너무 좁아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내 DTC에 대한 규제도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네거티브 방식을 보건복지부가 검토해야 한다. 근 10여년이상 해당 분야에 뛰어들어 연구결과를 산업화해야 하는 시점에 놓인 기업들이 그간 R&D에 쏟아 부은 노력이 산업화로 열매 맺게 해야 한다.

그 수혜는 해당 기업들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의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의 증진으로 연결이 될 것이다.

또, DTC라는 새로운 기술력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조금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바이오나 DTC에만 한정된 특혜는 아니다. 기존 IT나 반도체 등도 처음 시장에 진입했을 때를 돌아보면, 정부가 마중물을 대주어 민간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정부, DTC 개방 힘 실어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예방의학으로 유전체 분석과 그 일환인 DTC가 시장에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 정부가 협조해야 하는 부분은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호한 규제를 완화하고 유전자검사와 관련된 산업의 성장가능성을 열어주고 민간의 힘으로 부족한 부분에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 적합하다.

지금은 시장의 문을 여는데 정부가 힘을 보태줘야 할 때다.

DTC기업들도 서비스에 대한 관리표준화 마련을 위해 기업들이 더 협력해야 한다. 관련해, 유기협을 중심으로 규제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DTC가 정밀의학이 추구하는 질병 발생 전 예방하는 예방의학으로 자리매김 해나갈 수 있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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