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데이터 해석하는 의료기기 속속 등장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원장

모바일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 곳곳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의료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제품들이 기존 의료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보수적인 의료계의 속성상 아직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10년 이내에는 우리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향후 발전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처음으로 살펴볼 것은 인공지능이다. 작년,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사건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2016년 12월 길병원에서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하여 진료에 활용하기 시작함으로써 의료 현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은 의료의 질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의료는 의사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의학 지식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의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를 따라잡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사의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개별 환자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빠른 지식 습득 및 확장 가능성에 기반해서 이런 점을 극복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현재 IBM 왓슨 외에 의료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알파고를 만든 구글을 비롯해서 많은 회사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회사들은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구글의 경우 영국의 의료보험과 병원운영 전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NHS와의 협력을 통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사진 판독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엑스레이, CT 판독에서부터 유전체 정보 분석, 신약 후보 물질 발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의료 영역은 영상 판독과 같이 이미지 형태의정보를 분석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딥러닝 기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영역이며, 여러 정보를 통합하기보다는 특정한 형태의 정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이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분석 대상이 되는 정보의 질과 양에 의해 제한을 받을 뿐, 현재 의사가 시행하는 대부분의 일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검사를 하고 진단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기의 등장이다. 센서 기술이 발달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을 통해서 빠르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 지면서 과거 병원에 가서야 할 수 있었던 검사를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받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다수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는 기존에 병원에 가야 측정할 수 있었던 인체 신호를 간편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측정하도록 해주거나 기존에 소비자가 아날로그 형태로 사용하던 기기를 단순히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얼라이브코(AliveCor)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전도 기계의 크기를 줄인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로, 기존의 심전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부정맥진단에는 충분히 사용될 수 있으며, 심장의 이상을 느낀 사람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편하게 생체 정보를 측정할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병원을 방문해야 해서 환자가 느낄 수 있는 효용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측정한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얼라이브코의 경우 심전도의 정상 여부와 심방 세동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스마트폰 앱에 탑재하여 사용자가 빠르게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단순히 생체 신호를 측정하거나 스마트폰과 연동시켰다는 점을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사용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데이터 분석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웨어러블과 같은 웰니스 기기의 발전이다. 웨어러블은 글자 그대로몸에 착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장비를 의미하는데 웨어러블을 적용하는 분야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 헬스케어다. 몸에 닿는다는 점 때문에 센서를 장착해서 사람의 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좋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핏비트와 같은 활동량 측정계,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웨어러블이 출시되어 건강 관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결국 사용자가 더 열심히, 꾸준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안타깝게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이 이대로 실패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많은 회사들이 본격적인 효용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활동량 측정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브와 짐워치라는 웨어러블 제품은 각각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시에 운동 방법과 관련된 코칭을 제공한다. 일부 회사는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웰톡회사는 IBM 왓슨과 협력해 건강 관련 피드백을 제공하는 앱을 내놓았다. 이를 웨어러블이 측정한 실시간 행동 데이터와 결합시키면 사용자 맞춤형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웨어러블의 미래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것은 어떤 형태의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헬스케어 웨어러블은 활동량 측정계와 스마트워치의 두 가지 형태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시장은 장기적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활동량 측정계만으로는 앞서 언급한 행동변화와 지속적 사용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다양한 개입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의료는 더 크게 발전할 것이다. 다만, 변화가 도입되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분야이기도 하지만 제품 사용자와 제품 사용을 결정하는 사람(병원,의사), 지불자(보험회사)가 모두 다르며, 셋 모두 막강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술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큰 전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우리의 건강을 더욱 증진시키는데 사용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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