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빅데이터 활용에 달렸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

“… 다음은 각 지역 건강정보입니다. 오늘 대구 등 경북지역에서는 식중독 예방에 신경을 쓰셔야겠습니다. 경북지역은 식중독 지수가 위험단계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고요. 그 밖의 강원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는 경고 단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눈병 지수입니다. …”

지난 4월 26일 TV 뉴스의 날씨 코너에서 소개된 생활건강 정보이다. 4월 10일부터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 수년간의 진료건수와 SNS 키워드 추세, 기온· 습도 등 주요 빅데이터를 분석해 식중독, 눈병 등 주요 생활 질환에 대한 예측 서비스를 TV 뉴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식중독과 눈병, 나아가 메르스와 같은 중요한 감염성 질환의 유행세를 파악하거나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의료기관의 신고나 조사원을 통한 현황조사에 의존하여야 해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일쑤였고, 따라서 적기에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아예 파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늘날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일일단위로 이러한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수년전 구글에서 “Flu”(독감)를 검색한 빈도가 독감 유행의 정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착안, 美 CDC(질병관리본부)보다 2주나 빠른 예측 서비스를 내 놓은 적이 있다.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한 여러 국내 병원에서는 IBM사의 인공지능 전문 서비스인 왓슨을 활용해 의사가 암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서는 1천여명의 폐CT 영상을 분석, 1년 뒤 폐암 발병 여부를 예측해 내고, 국내 기업에서는 X레이 영상에서 폐결핵을 진단하고, 골연령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모두 보건의료 분야에서 수십년간 축적된 지식과 논문 데이터, 그리고 수십 페타바이트(PB, 1페타바이트는 100만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X레이, CT 등 의료 영상 정보를 활용한 결과다. 이러한 기술발전이 미래 의료에 가져올 긍정적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여 만성질환 예방, 개인 맞춤형 치료 등을 할 경우 연간 최대 4100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효용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십년간 누적해 온 전국민 건강보험 운영에 관한 자료를 기반으로, 100만명의 익명화된 코호트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 외에 각종 건강검진·영유아검진 등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비 청구목적으로 의료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모아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활용하고 있다. 150만명 규모의 자체 코호트를 운영하고, 약제 사용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DUR(의약품 안전정보 시스템) 데이터, 병·의원 정보 등을 축적, 개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및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비롯하여 유전체 역학조사 자료 등을 보유·활용하고 있으며, 국립암센터는 암 등록자료 및 암 검진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각 공공기관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관별로 빅데이터 개방·활용체계를 갖추고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그 중 건강보험 공단 및 심사평가원을 중심으로 연간 자료제공 건이 3600건에 달할 만큼 활발한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주요 각국 정부에서는 수년 전부터 국가적 전략을 가지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박차를 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빅데이터 추진계획(2012 Bigdata initiative)을 2012년 수립한 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21세기 치유법 등 지원법 제정, 연구개발 지원정책 시행, 보건부 산하 건강정보기술조정국 설치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영국 또한 2012년 건강수준 향상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진료정보 활용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전략(The Power of information)을 수립하였다. 이후 보건부 산하 전담기관(NHS Digital)을 설립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근거 법률, 연계 플랫폼, 장기적 전략의 부재가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2011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 간 정보 교류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그 허용 범위와 전송 방법을 제약하고 있다. 안전한 체계를 통하더라도,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 간 정보교류를 활성화하려면 관련법률 제·개정이 필수적이다.

한편 안전하게 보건의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는 실정이다.

보건의료 정보는 그 특성상 일반적인 개인정보보다도 더욱 안전하고 신중하게 활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금년 3월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어,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보유·활용 공공기관, 주요 산·학·연·병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을 구성하여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서비스 개발, 데이터 개방, 거버넌스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에 관한 전략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단은 총괄, 서비스개발, 데이터연계, 정보보호·기술, 국민소통 등 5개 분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분과별로 빅데이터 추진전략의 방향성 및 세부 내용 등을 논의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총괄적인 추진방향과 비전, 법제, 거버넌스, 악의적 사용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다. 향후 5년간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정책의 큰 방향과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 원칙을 정하는 역할이다.

둘째,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들을 발굴하여 세부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치료법 평가·개선, 부작용 분석 등 의학 발전 목적 뿐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개발·평가와 같은 정책적 목적, 그리고 신약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 산업적 활용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셋째, 구축 예정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공유 플랫폼에 대한 데이터 연계 원칙 및 범주 등을 논의하고, 각 데이터 보유기관에서 현재 개방하고 있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방하게 될 데이터도 논의 중에 있다.

넷째, 암호화, 개인정보 비식별화 등 안전한 정보교류 및 연계·관리 방안, 관련 시스템 구축방안 등이 논의된다.

다섯째, 정책홍보 및 대국민 소통 방안 등도 함께 다루어진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다루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데이터를 잘 활용할 경우 국민 건강증진에 효과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국민들께 잘 알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

향후, 추진단에서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질 개선, 일자리 확대 등의 목적 아래, 안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체계의 청사진이 담길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을 수립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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