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친화적 정밀의료 환경조성 최선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개인맞춤 의료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약 30억 개에 달하는 인간DNA 염기서열이 밝혀지면서 활성화되었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밝혀졌고, 일부 암의 진단과 치료에서 개인 유전체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처방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정보뿐 아니라, 임상진료정보, 생활습관정보, 생활환경정보 등 보다 폭넓은 개인자료를 모아서 분석하면,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 또는 건강관리기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면서 정밀의료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일찍이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정밀의료를 미래 전략분야로 인식하고 태동기인 정밀의료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15년 유전체 정보 등을 활용한 국민건강 및 질병치료 개선을 위해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21세기 치유법안’(2016.12월)에 정밀의료 의무예산을 약 15억 달러(2017~2026년) 반영하였다. 영국은 ‘10만 게놈 프로젝트’(the 100,000 Genomes Projects)에 3억 파운드(2014~2017년)를 투자하고 국가 주도의 의료데이터 수집ㆍ분석ㆍ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에서 ‘질병극복을 위한 게놈의료 실현화 프로젝트’에 93억엔 투자하고 개인중심 의료정보체계를 구축하였다. 중국도 2016년 ‘정밀의료 발전계획’을 통해 유전체 및 임상자료 수집을 위한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추진을 위해 15년간 600억 위안(10.7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정밀의료가 가능하게 된 현실적 배경에는 개인이 이용 가능할 정도로 저렴해진 유전자분석 비용,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관리가 가능한 정보통신 인프라, 개인의 의료정보를 집적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금년 3월부터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반 유전자패널 검사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로 인해 모든 국민의 의료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정밀의료 추진을 위한 기본 바탕이 이처럼 잘 갖추어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밀의료 추진 인프라와 기술수준에도 불구하고, 유전체정보, 의료정보, 검진정보 등 자원의 연계ㆍ공유가 미흡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유전체·Helath-ICT 융합 기반 정밀의료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2017-2021년) 총 74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금년에는 한국인 3대 전이암(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표적치료제의 적응증 확대와 신약개발을 목표로 한 ‘암 정밀 진단ㆍ치료기술개발’ 사업과 병원 내원환자의 임상정보, 유전체정보, 건강보험정보 등을 실시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정밀의료 연구 자원과 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방안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정밀의료 추진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이슈들이 적지 않다.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 의료정보 수집·활용이 불가피한데, 이와 관련된 윤리·사회적 문제가 있다. 특히 유전체 정보를 포함한 개인의료정보는 높은 수준의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치료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집 목적과 활용범위, 이에 따른 잠재적 이익과 손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에 기반한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속도를 고려할 때, 사전에 정보활용의 범위를 모두 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연구목적의 활용범위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합의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기술적인 장애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수집, 전송, 처리의 각 단계에서 표준화가 필요하나, 의료기관별로 각각 구축된 정보인프라를 통해 표준화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자원 공유를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간 정부는 보건의료유전체 사업,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 등 맞춤형 치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유전체분석기술의 발달에 있다. 물론 질병이 개인의 특이한 유전적 변이에만 기인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식습관, 흡연, 운동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체분석은 개인 맞춤형 진단과 치료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정밀의료를 연구하고 싶어하는 많은 분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기존의 연구자원을 검증하여 활용하고, 또한 새로운 연구자원을 모으고 축적해서 이러한 자원들을 서로 연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양질의 플랫폼을 만들어 최적의 연구자원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공사례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만 중요하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정밀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자 친화적 정밀의료 환경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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