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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의 소명과 영성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의사평론가

소명(vo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왕이 신하를 부르는 명령 혹은 신의 부르심을 받는 일’을 뜻한다. 소명은 천직, 신의 부르심, 사명감 등을 뜻하는 것으로‘vocatio’라는 라틴어가 그 어원을 이루고 있다. 특별히 전문직의 특성을 이야기 할 때 소명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의사, 법률가, 성직자를 일컬어 전문직(profession)이라고 한다. 전문직의 정의는 자율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자들이 기본적으로 복잡한 지식과 술기를 습득하고 그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소명(vocation, 천직)을 말한다. 그러기에 일반적인 직업(occupation)과는 다르다. 모든 직종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직업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소명의식은 다른 직업들에서 요구되는 소명의식보다 더 깊고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의미는 전문직이 입는 복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다른 직종과 달리 전문직은 흰 가운과 법의, 그리고 성직자들이 입는 성의를 입는다. 흰 가운과 법의, 성의의 의미는 남다르다.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의 죄를 판단하고, 죄인인 인간이 어떻게 인간에게 세례를 주고, 인간이 인간의 몸에 칼을 댈 권리가 있는 것일까? 전문직이 입는 성의는 일반 직종들이 입는 작업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직들이 입는 복장이 가지는 의미는 인간이 인간의 죄를 판단하고 사형을 언도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신이 법관에게 위임한 표시이고, 신을 대신하여 세례와 성례를 베풀 권한을 받은 것이고, 인간의 배를 칼로 가르고 치료할 권한을 신에게 위임받은 표시이다. 소명을 받은 표식인 것이다. 부족하고 미약한 인간의 모습은 흰 가운과 법의, 성의 속에 가려지고 신의 권위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직자와 법률가, 의사들은 단지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 선택하는 목적 그 이상의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전문직을 수행해야 한다. 전문직들은 위임된 권위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는 환자를 위해, 법률가는 억울한 시민을 위해, 성직자는 세상에서 지친 성도들을 위해 일하는 이타적 소명을 가져야 한다. 의사는 고통받는 환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고, 성직자는 성도의 아픈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성도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며, 법률가는 억울한 시민들의 심정을 먼저 이해하고, 시민들의 권익을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의사, 법률가, 성직자는 신이 인간들을 위해하는 일을 대신 맡아 수행하는 자들이다. 바로 소명 받은 자들이다. 이런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의 바탕이 되는 마음의 자세는 측은지심(compassion) 과 공감(empathy)이다.

측은지심과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소명을 지닌 전문직이라고 보기 힘들다. 단순한 일반적인 직장인일 뿐이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다가 왔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딥런닝(deep learning)은 의료분야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으며, 다른 모든 직종에도 도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이 빠른 정보 분석과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과 공감 능력이다. 전문직이 하는 많은 부분에 도움을 받겠지만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영성(spirituality)과 소명의식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영역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문직의 복장 양식이 바뀔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지만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고자하는 의사, 성직자, 법률가들의 맑은 영성과 소명의식은 진정한 전문직이 가져야 할 핵심 가치이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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