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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수출입국의 꿈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글로벌 개발본부 전무

지금 우리 자동차가 세계제일을 다투는 것은 현대의 의지와 주변산업과 육성정책이 조화를 이뤄준 결과물이다. 도로망도 원유도 없었지만 우리도 노력하면 자동차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에 자동차는 국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이 되었다. 만약 현대가 ‘포니’의 개발에 안주했더라면, 아마 지금은 원가의 압박을 받는 세계의 저가공장에 머물렀을 것이다.

필자가 제약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1983년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산업을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설계기술은 미국의 Micro technology로 부터, 생산공정기술은 일본의 Sharp사로부터 도입했다. 사람들은 설탕이나 조미료 팔아서 번 돈을 모두 다 까먹게 생겼다고 비아냥거렸다.

4년 뒤인 1987년 창업주가 돌아가고, 이건희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고는 사장단회의에서“삼성전자는 암에 걸렸다. 어떻게 하면 체면 안구기고 회사문을 닫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라고 진단하였다.

삼성이 피나는 혁신을 하면서 3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의 경쟁기업은 파산하여 미국 Micron으로 합병되고, Sony Panasonic, National 등의 일본 굴지기업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삼성 1개사의 이익금이 훨씬 커서, 초창기 삼성에게 생산공정기술을 대준 Sharp는 국적기업(國賊企業)으로 몰려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지경이 되었다.

지금 전세계 반도체의 70%는 삼성과 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의약품에 눈을 돌려보면 스위스는 의약품 내수시장이 약 8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지만 노바티스(Novartis)나 로슈(Roche) 같은 글로벌제약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수출액은 45조원에 이른다. 지구반대편인 우리나라까지 지사를 만들어 사람을 파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인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은 90%가 내수용으로, 국내에서 수많은 회사가 복작거리다 보니 골목대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고, 전형적인 내수형산업으로 매스컴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제약산업 중장기 전략기획단이 발족하였다. 정국은 어수선해도 관(官)과 민(民)이 힘을 합해서 우리의 핵심역량을 잘 파악하여 우리가 무엇에 강점이 있고, 어느 분야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타산지석으로 다른 눈부신 성과를 보인 한국의 자동차나 반도체에서 업종에서 배우자면 한국제약이 발전할 길은 단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남들이 갖지 못한 제품을 가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루빨리 세계시장으로 내다 팔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길이다.

기획단의 분과가 모두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편성이 되어 있다. 한국 제약은 제너릭에서 개량신약(IMD, incrementally modified drugs)으로, 그리고 신물질신약(NME, new molecular entity)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원가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발전할 방법을 모색하지만, 제약에서 원가 우위 전략과 차별화 전략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물질특허가 만료되어 100여 품목씩 제너릭이 쏟아지는 상황은 정상도 아니고, 끊임 없는 리베이트 문제를 야기하는 걸 보아 왔다.

세계시장에서는 중국이나 인도의 원료를 사다가 완제품으로 만들어서는 후진국시장에서 중국, 인도의 제품과 가격경쟁을 하기란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약실정을 미뤄보면, 우수인력, 싼 임금이라는 인도식 모델은 통하지 않는다.

제약이 제너릭의 개발경쟁에 매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환자에게 더 유용한 약을 만들고, 기술우위자의 선취권(priority)의 독점을 막고, 기술축적을 해나가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의약품의 수출입국(輸出立國)을 앞당기는 것이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남은 숙제이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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