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파기환송심서 백혈병 환자 대상 요양급여 벗어난 적극적 진료 당위성·의학적 타당성 인정

2008년 시작된 백혈병 임의비급여 10년 소송이 여의도성모병원의 일부 승소로 일단락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지난 19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진료비 임의비급여 환수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의도성모병원은 백혈병 환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진료비를 임의로 비급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 부터 대대적인 실사를 받았다.

이후 복지부는 총 28억원을 환자에게 불법 임의비급여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건강보험공단과 영등포구는 해당 금액 전액을 환수 조치했으며 보건복지부는 환수액의 5배에 해당하는 141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치와 약품투여 등이 의료비 부당징수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는데, 이로 인해 여의도성모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진의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고통스런 상황에 빠지며 결국 소송으로 맞섰다.

10여년의 다툼 끝에 파기환송심에서 전체 임의비급여 28억여원 중 17억원을 부당청구로 판단하는 최종 판단이 나오긴 했지만, 이번 판결로 여의도성모병원은 “규격화된 요양급여기준에서 벗어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행한 적극적 진료의 당위성을 인정받게 됐다”며 “백혈병 진료에 대한 의료진의 도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약제를 투여하지 않고도 투여한 것처럼 하여 약제비용을 징수하는 등의 명백한 부당청구 사례들과 달리 중증 백혈병 혈액질환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구하고자 행한 의학적 타당성을 1, 2, 3심에 이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도 인정받음으로써 불완전했던 건강보험제도의 보완에 기여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요양급여 적용기준은 현대의학의 발전 속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경되지 못해, 중증환자 대상 적극적 치료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골수검사 시 재사용 바늘 사용만을 사용하도록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 재사용 바늘은 치명적인 감염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거듭된 사용으로 무뎌진 바늘로 인해 조직손상 및 심한 통증을 유발해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환자들의 탄원이 쇄도한 후에야 1회용 골수검사바늘을 급여로 인정했다.

백혈병 진단시 검사 12종까지만 인정토록 했던 사례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혈병의 정확한 아형을 파악, 환자에게 맞춤형 최적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총 25종 이상의 세포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2종을 초과할 경우 공단에 청구할 수 없었다. 이 또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뒤에야 18종까지 인정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존중의 가톨릭 이념을 지키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소송을 냈다”며 “앞으로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국내 건강보험제도가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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