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취약지 개선, 의료정보 보호 장치 마련 등 발전방안 모색할 때

의료계는 조기대선을 맞아 발 빠르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제안서를 만들고,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산하 미래정책기획단에서는 각 지역, 직역 의사단체에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 보건의료정책 아젠다를 채택,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대선참여운동본부’를 발족해 대선후보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제안 자체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대선후보들의 공약만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며, 결국 중장기적으로 정부‧정치권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을 확률이 높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의료계가 제안한 ‘2017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제안서’를 상세히 살펴봤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세 번째로 내놓은 ‘미래를 준비하는 보건의료’는 △일차의료 활성화 △의료정보화 시대 대비 △의료취약지 보건의료 관리 △국민건강보험 강제지정제(당연지정제) 개선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 민간보험) 개선 등 5가지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위한 일차의료 활성화 필수=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이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과 외래진료를 두고 경쟁하고, 의료기관 간 분업 및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확장과 급여비 증가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험 청구액 외래 점유율은 40%대에서 20%대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위해서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라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즉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의 경증 질환 위주의 외래진료를, 병원은 고난이도의 중증질환 진료와 입원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또 의료계는 진료의뢰 수가와 생활습관병 관리료도 신설한다는 입장이다. 진료의뢰 수가의 경우 건보재정 활용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생활습관병 관리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의료계는 의원과 병원간 회송체계 확립과 이에 대한 보상지원으로 수가를 현실화해야하며, 52개 의원 역점질환에 대한 일차의료기관의 진찰료와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인하, 상급종합병원의 본인부담금은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이같은 제안이 한정된 보건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의료비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 간 역할 정립으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의료정보 보호 제도적 장치와 보상있어야=우리나라 진료실 디지털화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더욱 고도화 될 전망이다. 2013년 기준 OECD 국가 중 한국은 의료시설․장비 분야에서 2위, 의료서비스 분야 4위, 보건서비스 만족도 1위 등을 차지하면서 정부는 보건의료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개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전자의무기록, 처방전달시스템, 영상저장전달시스템 등을 병의원의 진료와 경영에 활용하고 있고, 향후 표준화가 진행되면 전자건강기록(EHR)과 함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고령화사회 시대를 맞아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 정보화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의료정보 관련 법규, 관련 보험수가, 표준화된 의료정보시스템 등의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결국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미국의 건강정보기술법(HITCECH)과 의료정보 프라이버시법(HIPAA)과 같은 의료정보화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이에 따른 의료정보 보호관련 제반비용에 대한 별도 의료수가 보상 방안을 국가에서 마련하고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헬스케어서비스에 대한 제도적 지원 강화도 필수적이라는 입장도 견지했다.

의료계는 이번 제안이 개인 건강정보의 안전한 보호와 통합 관리로 인한 보건의료의 질과 효율성 향상은 물론 지역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 국민건강관리서비스 시스템 개발 등으로 인해 의료비 부담 감소와 관련 산업의 발달로 경제적·산업적 파급 효과 기대했다.

◆의료취약지 공공의료 유지 위한 지원책 필수=국내 의료취약지는 의료자원 접근성 및 양질의 의료서비스 이용 등 전반적 측면에서 비취약지에 비해 매우 열악해 거주 주민들은 의료이용에 불평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인력과 의료기관 수급보완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의료취약지의 불균등한 의료기관 수급 및 의료인력 분포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의 평균 의사 수는 7.7명으로 총 의료기관 중 20명을 초과하는 의사 수를 보유하는 의료기관은 4개소밖에 없을뿐더러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의료시설과 장비 수준도 열악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의료인 의료취약지 정착 혹은 개원 시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지원책은 물론 이러한 의료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료(분만)취약지 공공의료기관에 산부인과 진료과목 개설 의무화를 검토하고, 의대생에게 의료취약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실질적 공중보건장학제도의 도입 추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의료 질 저하시키는 건보 당연지정제 개선 필요=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당연지정제)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등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행하는 기관이 되도록 지정하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의료법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은 모두 요양기관으로 지정해 무조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지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42조 제5항, 제117조에 위반에 대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 제도에 의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모두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요양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 촉진 기회를 상실시키고 있다고 의료계는 꼬집는다.

더욱이 동 제도는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보편적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획일적 진료행위를 유도해 결국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의료의 질을 저해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특정 요건에 따라 의료기관이 요양기관 지정에서 예외 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를 개정하고, 국민 건강권 보호와 부작용 예방을 위해 우선 의원급 의료기관의 일부만 계약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 필수의료 부분의 공적보험 역할과 별개로 특수진료 및 비보험 진료를 주로 수행하는 의료기관의 요양기관 강제지정 예외 제도 검토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하고, 민간보험 보완재 역할 정립해야=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료비에서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인 보장성이 OECD 평균인 72.9%에 크게 못 미치는 55.6%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보장성의 문제로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전체 가구의 80%가 평균 4.64개의 민간보험에 가입해 월평균 약 34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항목‧질병별에 불과해 효과가 미흡하며, 이로 인해 민간보험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돼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분석이다.

이에 의료계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제약이 없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점차 강화하고, 민간보험이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할 정립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MRI, 초음파, 간병서비스 등 필수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하고, 로봇수술, 1인실 병실료 등 비필수/고급의료서비스는 민간보험이 담당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재정 확보가 필요함에 따라 보험료 현실화를 위한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과도한 이윤 추구, 선택적 가입 등과 같은 민간보험사의 불공정 행위와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돼야한다는 것.

의료계는 이번 제안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는 물론 보험료에 대한 계층 간 형평성 제고, 민간보험사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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