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조치 통한 빠른 치료 등 장점 불구, 전담전문의 근무 기준 두고 불이익 우려
김석찬 중환자의학회 이사 "수가 없이 고군분투 하는 병원, 엄격한 잣대 들이대"

갑작스러운 이상 증상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일반 병동 환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생명을 놓치지 않기 위한 ‘움직이는 중환자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조기대응팀 시스템이 적정성 평가로 인해 자칫 존폐 위기의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석찬 대한중환자의학회 정보이사

김석찬 대한중환자의학회 정보이사(가톨릭의대)는 오는 5~7월 예정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앞두고 “조기대응팀을 통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일반 병실에서 처방을 하고 시술을 한다면 평가 기준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며 우려감을 피력했다.

국내에서 RRS(Rapid response system)팀 또는 신속대응팀으로도 널리 알려진 조기대응팀은 일반병실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갑자기 악화될 위험징후가 있는 환자를 모니터링으로 빠르게 발견, 중환자실 이송 전부터 집중치료를 시작하는 선제적 조치로 패혈증 등에 위험에서 지켜낸다.

아직 수가가 없고 다수의 의사와 간호사 등이 필요한 큰 인적 투자를 해야 하지만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적 시스템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지난 3년 새 증가를 거듭해 현재 전국 13개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석찬 이사는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항목 중에서 전담전문의 근무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중환자실 의사는 일반병실에 입원 환자를 두지 못하게 되어있고 환자를 보면 안 된다”며 “조기대응팀에서 가장 적합한 인력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인데 낮 동안 안전관리를 위해 일반병실에서 활동을 한다면 근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평원에 질문은 하고 있지만 의의를 잘 모른다는 점에 있어, 기준에 맞춰 안 된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학회의 불만이다. 전담전문의가 아니지 않냐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적정성 평가의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한바 있는데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며 “오직 기준대로만 판단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병원은 적정성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 좋은 일을 하고도 눈치를 봐야하고 편법이 나올 수도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현재 한양대병원의 경우 운영상의 부담을 느끼고 이미 사업을 접었고, 분당서울대병원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자 안전을 위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력을 내서 병원들은 구축을 이어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엄격한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지하고 있는 정부, 수가와 의무 사이에서 고민

조기대응팀은 최근 도입을 결정한 창원경상대병원의 경우처럼 전공의가 없는 경우에도 당직을 위한 시스템으로 구축해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만 정해지면 빠르게 적용할 수 있고,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환자 안전에 있어 탁월한 효율이 입증돼 있어 병원 인증평가에도 포함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석찬 정보이사는 “상급종합병원에는 필수로 포함하는 것을 시험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여건이 무르익으면 정식사업으로 갈수 있고 현실에 맞춘 지원을 통해 중소병원도 적용할 수 있길 바란다”며 “정부도 분명 인지를 하고 있다. 역시 수가의 문제와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걱정은 되지만 적정성 평가 종합 검토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1~22일 대한중환자의학회 제36차 정기 학술대회가 개최된 세종대병원 컨벤션센터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RRS 연구회간에 교류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일본의 앞선 의료시스템에 비해 RRS 확산은 국내와 비슷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첫 공동 심포지엄으로 서로 발전을 시작하는 계기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김석찬 이사는 “특히 22일 미국에서 RRS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미카엘 드비타 교수(Michael DeVita, Harlem Hospital)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며 “양국이 힘을 모아 아시아 전역에 RRS를 확산시키고 향후 다른 외국 시스템과도 조인트 컨퍼런스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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