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BRCA1에서 나타나는 L1780P변이 성격 첫 규명
한국인 유전자 분석 토대에 큰 의미…향후 암 발견과 예방에 기여 기대

국내연구진이 한국인의 유방암·난소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규명해 향후 예방과 치료에 큰 진전이 기대된다.

연세암병원 박지수 암예방센터 교수(왼쪽)와 세브란스병원 이승태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세암병원 박지수 암예방센터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이승태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안젤리나 졸리 유전자’로 알려진 ‘BRCA1’에서 ‘c.5339T>C p.Leu1780Pro변이(이하 L1780P변이)’를 보유한 한국인의 경우 유방암·난소암 발병확률이 높아짐을 확인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연세암병원에서 유전성일 가능성이 높은 유방암 또는 난소암을 진단 받은 745명과 조사 시점까지 어떠한 암도 진단 받지 않은 1314명의 한국인 유전자를 미국 의료유전학-유전체학회(ACMG)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비교·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성일 가능성이 높은 유방암·난소암을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 중 1.5%가 L1780P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암을 진단받지 않은 일반인과 비교해 해당 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41.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BRCA1, BRCA2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변이를 물려받을 경우 유방암 발생률을 10배, 난소암 발병률을 40배 이상 높인다고 알려져 있어 BRCA1, BRCA2 유전자 변이 검사는 암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L1780P변이를 보유한 환자군의 DB를 재분석하면 이 변이를 보유한 한국인은 만 40세까지 유방암을 진단 받을 확률이 73.6%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 받을 가능성이 1%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연구는 한국인의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L1780P변이는 한국인에게서만 흔하게 발견되는 돌연변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유방암·난소암 발병 확률과의 관계가 주로 해외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돼 그 성격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즉, 이번 연구에 따라 ‘L1780P변이’를 보유한 경우에도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예방적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

앞서 L1780P변이는 ‘미분류변이’로 분류됐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미리아드(MYRIAD)사에서도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에 포함시켰다.

박지수 교수는 “한국인의 유방암·난소암 발병 위험성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해 한국인의 BRCA 유전자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고 향후 유방암·난소암 발견과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는 암 고위험군 관리와 생존자 관리에 특화돼 있어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를 포함한 유전성 암 환자와 가족에 대한 검사와 예방적 조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미국 의료유전학-유전체학회(ACMG)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분류하여 새롭게 발견한 한국인의 BRCA1 병인성 돌연변이’는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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