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수용 가능성 고려돼야 심사전문성 확보…
"높은 삭감률, 업무 효율성이나 전문성과는 다르다"…내부보고서 지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 심평원)이 앞으로 지향해 나갈 역할과 전문성의 방향을 의과학과 사회적 가치판단이 결합된 '보험의료 전문성'으로 정의했다.

다만 의료비용 심사에서 높은 삭감률이 업무 효율성이 높다거나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으로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심평원이 최근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전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평원은 보고서에서 "심평원의 전문성은 항상 강조하는 개념이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고,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으며, 상황과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며 "연구 목적인 심사평가원의 전문성 발전방안을 논하기에 앞서 전문성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에 심평원은 그동안 언급된 전문성을 내용적 전문성(의학적 전문성, 건강보험 심사 과정 전문성)과 과정의 전문성(소통 및 정책수립, 시민-의료공급자 간 소통 역할)으로 범주화했으며,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험의료 전문성'을 제안했다.

우선 보험의료 내용으로서의 의학적 전문성은 과학으로서의 의학보다 넓은 요소들을 고려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심평원은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평가에서는 의과학적 판단과 함께 사회적 가치판단이 필요하다"며 "의학적 전문성이 임상적 효과성만을 의미한다면, 보험의료의 전문성은 의학적 전문성과 비용효과적 전문성 외의 다른 전문성, 즉 사회적으로 무엇이 적절하고 수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판단을 반영해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의학기술의 주요 대상자가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면 항목을 추가하거나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등의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 급여 결정에 있어서는 대상 질환의 유병률, 급여서비스의 예상 사용빈도 및 대체 가능성, 생존 및 후유장애 발생과의 직접적 관련성, 시급을 다투는 응급 상황과의 관련성, 타 질병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는 것 등이 보험의료에서 의학적 전문성이 발휘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에 대한 전문성 측면에서는 의료비용 심사와 관련이 있는데,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의료자원의 부적절한 사용을 막는 것이 심평원의 역할이며 이 과정에서 진료비 심사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비용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의한 삭감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심사평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설정해 수행해야 하므로 높은 삭감률이 곧 높은 업무효율성 혹은 전문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심평원의 고유 전문 영역은 자료를 수집, 가공, 활용해 의료이용과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평가하는 역할로,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의 질, 효율성, 형평성 등을 중심에 두고 자료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정책과정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관할 하위기관으로서의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기관 업무를 중심으로 능동적으로 정책을 수립·제안할 것과, 상호작용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동적 반작용에서 벗어나 적극적 작용으로 전환(현지 확인 갈등 해소를 위해 부당청구·청구오류를 줄이기 위한 전문시스템 정교화 등)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심평원은 "보건의료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해서 심사평가원의 전문성을 단순히 의학적 전문성으로 환원하거나 배타적 특권을 지닌 집단의 자율성과 독점을 의미하는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평원 업무는 의학적 전문성에 근거해 이뤄져야 하나, 동시에 전 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이용과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책무를 가지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심사평가원의 역할에 적합한 전문성의 개념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이를 명확하게 해 적극적으로 성취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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