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담실적 임의 반영 의혹…“기업 보다 단체 키우는 수익사업으로 변질”

중소 의료기기업체들의 세계 무대 진출과 신 시장 개척을 위한 근간인 해외전시회 사업의 실적 집계에 대한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5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해외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의 실적 관리가 성과를 위해 임의로 조정됐다는 주장과 함께,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예산 삭감은 물론 단체 중심의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전시회사업은 매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자체, 유관기관과 세일즈단을 구성하고 해외로 파견해 현지 바이어와의 수출 상담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국관을 구성해 국내의 수출업체들에게 임차료, 장치비, 운송비 등을 지원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기기조합이 전시회 참가 업체에게 사후 실적 내용을 메일로 요청한 양식. 문항은 1개에 불과했고 업체 회신에만 의지하는 모습에서, 실적을 제대로 집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기준으로 실적이 관리되고 있느냐는 비판이다. 투자 내용과 상담 금액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모든 계약과 상담에 대한 실적들을 업체 스스로 작성하는 것에 의존하고 제출하지 않은 업체의 경우 임의로 반영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국감을 통해 어기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KOTRA가 일부 기업 중복 참가와 중견기업 참여 등으로 혈세 낭비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며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 관련 단체도 함께 자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수술용 소모품을 제조하는 A업체 대표는 “정부 지원 받기 위해 암묵적으로 (실적을) 부풀리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며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장을 마련하고 기업 지원을 우선시해야하지만 단체를 키우기 위한 수익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럴 거면 예산을 몰아줄 필요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실적을 보다 세부화하고 만족도 조사까지 더했지만 조합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공동관 참가 업체의 작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양식.

그는 “친한 이사진이 속한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참여할 업체는 얼마든지 있다며 고자세를 보이며 교류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규모가 있는 곳은 신뢰감있고 소통이 잘되는 지역 클러스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커져가는 불만 속에서 단독 부스로 나가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단체들은 세금계산서를 통해 역으로 추산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면 제대로 된 수치를 뽑을 수 있겠지만, 애초 제품 가격 공개를 꺼리는 현실상 어려움이 있어 참가 기업들에 제출 자료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체들에 반응은 당장의 숫자놀음 보다 투명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이 되야한다는 비판이 다수였다. 가뜩이나 수년간의 경제 침체와 급격한 산업지형 변화로 생긴 장벽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

웨어러블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는 B업체 관계자도 “매년 해외전시회에 참여하지만 새로운 것이 없는데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고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한국관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다”며 “결국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며 의료기기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단체들이 자랑하는 수년간 쌓인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기적 관점으로 내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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