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로애락-세상에 대한 통찰 ‘단상’으로 엮어

국가 원로로 존경받는 우강(又岡) 권이혁(權彛赫)박사(전 보사부장관, 서울의대 1947년 졸업)가 최근 열두 번째 에세이집 ‘칭찬 합시다’를 펴냈다. 이번 에세이집은 우강 선생이 황혼기에 들어 해마다 단행본을 출간하기 시작하여 올해 12년째 이어진 역작이다.

특히 우강 선생은 올해 95세의 고령이다. 그럼에도 시리즈로 열두 번째 에세이집을 펴냈다는 것은 대단한 집념이고, 그 연세에도 초롱초롱한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세상사를 통찰해 오고 있는 삶이 놀랍기만 하다.

우강 에세이 시리즈는 선생이 한해 한해를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시대상과 일상의 단상들을 매년 한권의 책으로 엮어 온 것인데 이번 에세이 Ⅶ집 ‘칭찬 합시다’ 역시 선생이 2016년 한 해를 보내며 마주했던 희로애락을 글로 풀어낸 유려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여기에다 지난 한 해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적인 문제까지 기록하고 해석하여 세상을 관조하며 살아 온 경륜가다운 면모를 읽게 해 준다.

더욱이 에세이집에 실린 글들은 소재를 불문하여 시종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범사에 감사해 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수록 선생의 정신세계와 푸근한 인간미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에 지엄할 것만 같은 노학자에 대한 어려움은 오간데 없고, 경지에 오른 선생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친근한 할아버지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모두 9장(章) 516쪽에 이르는 이번 에세이집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단상들이다. ▷제1장, 광복 70주년 회고와 감회 ▷제2장, 지구촌의 이모저모 ▷제3장, 메르스 소동과 교훈 ▷제4장, 2016년 대한민국 ▷제5장, 보고-듣고-느끼고 ▷제6장, 감동-그리고 보람 ▷제7장, 여행 ▷제8장, 단상 ▷제9장, 가족 등으로 편집된 에세이는 소재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각 문장마다 선생님 특유의 박학다식함과 탐구정신, 그리고 뜨거운 인간애가 녹아 있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에세이집에 수록된 글들의 소재는 모두가 우강 선생의 일상에서 도드라진 일화이거나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뒤 소회들이다. 이 책을 접하면 소재만큼 읽을거리가 풍성하지만 그보다는 도대체 언제 이들 방대한 자료와 기록을 찾고, 정리를 해냈는지, 그리고 가마득한 시절의 이야기까지 시와 때를 잊지 않고 반추해 냈는지 더 눈길이 쏠린다.

불가사의한 일 같지만 책을 펼쳐보면 우강 선생은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일과 사람을 쫓아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자 애쓴 흔적들을 알 수 있다. 실제 글 속에 나타난 동선을 보면 우강 선생은 1년 365일을 하루도 헛되거나 부질없이 보낸 날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동선과 일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소홀이 하지 않았다. 그 결과물이 해 마다 나온 에세이집이고, 이번 ‘칭찬 합시다’는 선생의 2016년 일상의 축약인 셈이다.

그래서 에세이의 재미도 재미지만 고령에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고자 열정을 불태우는 학자적인 정신과 절제된 삶에서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의학신문사 발행,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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