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

한우, 휴대전화 그리고 자동차. 겉보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일련번호다. 이 상품들은 개별 제품별로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의약품에도 일련번호가 있다. 의약품에 식별할 수 있는 고유번호를 부착하여 제조·수입, 유통 등 각 과정에서 이력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약품에 대한 유통 이력 관리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불법의약품이 정상적인 유통과정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여 의약품 유통투명화 및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의약품 일련번호를 통한 유통 이력 관리의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약품 유통 정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2000년 7월 바코드 표시 의무화가 도입되었다. 이때 바코드에 표시되는 정보는 제품명, 제조회사 등 기본적인 정보에 국한되었다. 지금은 의약품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정보라고 여겨지는 유통기한과 제조번호도 없는 경우가 다수였다.

바코드에 유통기한과 제조번호가 포함되도록 제도가 바뀐 것은 바코드 표시 의무화가 시작된지 8년만인 2008년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실제 시행은 지정의약품의 경우 2012년, 전문의약품은 2013년에 가서야 이루어졌다.

바코드 표시사항에 일련번호가 포함되도록 법령이 개정된 것은 2011년이었으나, 시행은 2015년부터였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제약회사에서 일련번호가 부착된 의약품을 출하하는 즉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의약품유통업체로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도가 확대된다. 일련번호 제도의 출발점인 바코드 표시제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경과한 시점이다.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제도 도입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 단계씩 전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의약품 유통 제도 변천 과정의 목적은 무엇일까? 의약품 유통의 효율화, 투명화와 보다 안전한 의약품 유통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의약품 유통 제도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의 효과를 보면 뚜렷하다.

의약품 일련번호의 실시간 보고가 정착되면 효율적인 물류관리 등 유통 효율화와 위조의약품의 신속한 확인이 가능해진다. 유통되는 약품의 일련번호를 비교해봄으로써 안전한 의약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문제가 있는 의약품은 유통단계 추적을 통해 즉시 회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불량 의약품을 회수하려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생산했고, 누구에게 납품되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제약사와 도매상이 의약품 유통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게 되면 이런 절차가 더욱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어 있다는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기능이야 말로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의약품의 세부적 유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의약품 유통 전반의 투명성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의약품 유통과 관련된 일련의 데이터 구축은 정부의 의약품 관련 정책 역량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제도라도 시행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도매업체의 운영 여건에 따라 일련번호제도 시행에 부담을 호소하는 의견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일선 현장에 대한 집중모니터링을 실시함과 동시에, 제도교육 및 행정안내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감으로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해 나가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제도 도입이 가능하게 된 것은 끊임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때로는 머리 모아 해결방안을 고민했던 일선의 제약·수입사 및 유통업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학계 전문가 분들의 노력의 결과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정책 관련 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성과를 볼 수 없듯이,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의 성공적 정착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도 현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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