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첫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결과’가 최근 공개됐는데 그 내용이 사뭇 흥미롭다.

설문조사 실시 당시 대전협은 통계치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조사 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전협 이사진, 의료계 관계자, 고려대 통계연구소, 언론 등을 위원으로 구성해 문항별 가중치와 분류방법, 공개 수위 등을 꾸준히 논의했다.

그 결과 수련병원 66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시간, 평균 수면시간, 당직 근무 횟수, 휴게 시간, 월급, 당직비, 휴가 일수, 평균 환자 수, 성희롱·폭행 피해 유무 및 횟수, PA 등이 자세한 수치로 나열됐다.

전공의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수치들이기 때문에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병원들의 전공의 수련환경 현실을 일정부분 들여다 볼 수 있었음은 사실이다.

즉, 민낯의 한쪽이 드러난 것.

결과를 살펴보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설마 했는데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등의 반응이 나올법한 내용들이 많다.

당연히 그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련병원들의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손쉬울 것이며 각각의 병원들도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또다른 병원 줄 세우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존재하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는 위원회에서도 인지하고 설문조사의 본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 신뢰성 있는 평가분석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순위를 매기거나 줄을 세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서 수련 병원들이 자신들의 수련환경의 질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훌륭한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경쟁하는 계기가 된다면 말이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대전협과 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인 것은 위원회가 설문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의 연속성을 띄고 더욱 객관화된 데이터의 축적을 위해 매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점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을 예고한 점이다.

위원회의 공언처럼 이번 설문조사가 수련병원평가의 새로운 기준자료로 자리매김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수련병원의 질도 함께 높아지는 순기능만을 발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전협이 강조한 것처럼 이번 설문조사에 들인 공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꼭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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