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니(Pediculus humanus var. capitis), 몸니(Pediculus humanus var. corporis) 그리고 사면발이(Phthirus pubis)는 사람에 기생하는 3대 이(louse)로서 그 유행 여부는 열악한 생활수준, 개인위생, 주변 환경, 생활습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중에서 머릿니의 유행은 머리카락과 두피(머리 밑)의 청결 등 개인위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머릿니 양성률 2.8%= 2016년 한국건강관리협회(이하 건협)가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머릿니 감염에 대해 표본조사(남학생 5795명, 여학생 5316명, 합계 1만 1111명)를 시행한 일이 있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머릿니 양성률이 전국 평균 2.8%로 나타났고, 놀랍게도 울산지역(12.8%)과 서울의 강남 외곽 지역(9.0%)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양성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여학생의 양성률이 울산 21.7%와 강남 외곽 13.5%로, 남학생 각각 3.4%와 5.2%에 비해 3~7배나 높은 점도 특기할 만한 점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릿니와 머릿니 감염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머릿니의 성충은 머리카락에 붙어 지내면서 머리 밑 피부로부터 피를 빨면서 사는데 암컷(길이 2.7mm 정도)과 수컷(1.6mm 정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머리카락 뿌리 부위를 다리로 꽉 잡은 채 단단히 붙어 있으며 교미를 한 후 암컷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알(일명 서캐)은 하루에 3-4개 정도 낳는데(암컷 한 마리가 30일 정도 살면서 평생 동안 약 100개 낳음), 머리카락 뿌리 쪽에 시멘트 같은 물질을 내어 단단히 붙여 놓는다. 서캐(길이 0.8mm)는 노란 빛을 조금 띤 흰색이며, 타원형이고 뚜껑을 가지고 있다.

머릿니 수컷의 모습

서캐 안에 들어 있는 알은 4-14일간 발육하여 어린 충체인 약충(lymph)이 되고, 약충은 뚜껑을 통해 기어 나와 머리 밑 피부에 붙어 피를 빤다. 이 때 머리 밑이 무척 가렵다. 약충은 여러 차례 흡혈하면서 12~28일 후 성충이 된다.

머릿니에 감염되었을 때 가장 뚜렷한 증상은 머리 밑이 심하게 가렵다는 점이다. 또한 심하게 긁으면 이차적인 세균 감염을 초래하여 두피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한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 어린이가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심한 짜증을 내기도 한다. 머릿니는 이차적으로 다른 질환을 전파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발진티푸스나 재귀열 등의 병원체를 옮길 수도 있다.

◇사람간 직접 전파= 머릿니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파된다. 집단생활을 하며 가까이에서 뒹굴며 놀 때나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잠을 자는 경우 머리카락의 접촉이 일어날 때 전파된다. 즉, 머릿니의 성충이 한 어린이의 머리카락에서 기어 나와 다른 어린이의 머리카락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머릿니의 암컷과 수컷이 함께 옮겨가면 그 어린이의 머리카락에서 교미하여 알을 낳고 서캐가 생기며 결국 약충으로 발육한 후 성충이 되는 식의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한 번 감염된 후 시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머릿니의 수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머리를 자주, 그리고 깨끗이 감을수록 머릿니가 계속 번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머리를 빗을 때 간격이 촘촘한 ‘챔빗’을 사용하면 머릿니 성충을 제거하기가 쉽고 서캐도 일부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서캐가 모두 다 제거되지는 않으며 일부 서캐가 다시 자라 약충이 되고 약충은 또 성충으로 발육하여 재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 까까머리가 되면 머릿니도 살 곳이 없어져 치료 겸 예방이 된다.

머릿니가 몸으로 내려가 옷(내의) 같은 곳에 기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여학생의 경우라면 머리카락을 모두 깎아 까까머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lindane 분말을 자주 머리카락에 발라주거나 permethrin 로션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머리를 매일 감고 매일 챔빗질을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강남ㆍ울산 양성률 높은 이유= 최근 건협의 조사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3~6배나 높은 양성률을 보인 것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머리카락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강남 외곽지역이 수도권 아닌 다른 지역에 비해 머릿니 감염이 높으며, 또한 울산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양성률을 보인 이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굳이 설명을 해야 한다면 아래와 같이 추측해 볼 수 있겠다. 해당지역의 남편과 아내가 소득 수준이나 주변 환경 등은 양호하지만 맞벌이 등으로 너무 바빠 자기 집 아이를 직접 돌봐 줄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일 가능성이다. 즉, 해당지역의 학부모가 초등학교 어린이의 머리 감는 것을 거의 도와주지 못하거나 직접 머리를 감겨주는 횟수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는 한번 감염되면 자기 스스로는 머릿니 감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반드시 어른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아두어야 하겠다.
■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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