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용 시신 앞에서 의사들이 기념촬영을 한 카데바 사건은 일반 국민들에게 충격이었다.

망자에 대한 예우가 극진한 우리의 유교적 정서를 감안하면 그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카데바 사건을 틈 타 정부는 유사한 사건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5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으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지만 일부 철없는 의사들이 저지른 행위의 대가를 전체 의사들이 톡톡히 치루게 됐다.

의료계는 카데바 사건이 아니더라도 특정 또는 일부 의사의 탈선행위로 인해 스스로를 옥죄는 숱한 ‘악법’을 목도해왔다.

최근 입법된 신해철법이나 설명의무법이 대표적 사례다.

신해철법의 정식 명칭인 의료분쟁조정법은 1989년부터 논의된 법안이었지만 2014년 10월 장 협착과 위축소 수술을 받던 유명가수 신해철 씨가 사망하자, 여론의 폭풍을 이겨내지 못한채 의사들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이 끼어든다.

사망이나 중상해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의 동의없이 강제조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 환자(보호자)에 대한 설명이 의무화되는데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의사 바꿔치기, 즉 유령수술이 단초가 됐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법을 설명하고 부작용 등을 안내하는 일은 의사의 기본에 속하지만 설명에도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의사는 제대로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환자가 못 들었다거나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자칫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

이 뿐인가.

음주 진료,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성희롱 사건에다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드러난 비선 진료까지, 일부 의사들의 엇나간 행태는 국민과 의사간 괴리만 넓히고 있다.

‘악법’의 토양이 된 일부 의사들의 잘못된 행태의 이면에는 비윤리가 도사리고 있다.

동네의원이나 대형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들에 대한 사회의 존경과 신뢰는 여전한데 의사들을 총칭하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는 이유도 일부 의사들의 ‘윤리 실종’ 탓이다.

망자를 향해 보통사람들도 정중한 예의를 지키는데, 의사가 그렇지 않다면 비난의 강도는 커진다.

유명 의사를 내세워 환자를 끌어 모은 뒤 바쁠 수밖에 없는 유명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환자사랑’이 아닌 ‘돈사랑’으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의사들은 모든 행사 때마다 ‘환자 사랑’이 담긴 의사윤리강령을 낭독한다.

의사들의 중앙직능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시대적 요구에 부웅하기 위해 손질중인 의사윤리강령에는 더욱 강력한 준수기준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윤리강령이 있고 행사 때마다 낭독 한들 무슨 소용이냐는 볼멘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는 말처럼 비윤리적인 일부 의사가 의료계에 끼치는 폐악이 너무나 크다.

의사가 사고 치면 자신과 동료를 옥죄는 악법이 생기는 현실이 윤리를 도외시한 일부 의사들에 대한 경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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