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연구부장

2015년 ‘백수오 파동’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백수오 추출물은 그 당시 폭발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건강식품으로 우리 가족도 꼬박꼬박 챙겨먹던 제품이다. 사건은 백수오 추출물의 주원료인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었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엽우피소는 우리나라에서의 식용 경험이 없어 약재로 쓸 수 없는 한약재로서, 외형이 백수오와 유사하고, 특히 약재를 절단·건조한 상태에서는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감별= 이런 이엽우피소가 백수오 원료에 일부 섞여 들어가 백수오 추출물에 사용되었다. 그 당시 육안이나 기존의 감별법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별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 도입된 유전자분석법 덕분이었다.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도 일부 유전자 구간에 차이가 있어, 이를 이용한 유전자분석 감별법이 개발되었고, 이 방법을 통해 이엽우피소가 원료에 섞여 있음을 확인하고 이후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백수오 파동 1년 전에는 파라벤이 함유된 어린이 치약으로 큰 소동이 있었다.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에 행정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파라벤의 독성, 치약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파라벤양, 마지막으로 파라벤에 노출되었을 때 안전한 지 등에 대한 과학적 평가와 판단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비전은 ‘안전한 식의약,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국민을 건강하고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수단과 영역은 다양하다. 국민들에게 편안한 주거를 공급하고 균등하고 좋은 품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확보와 행복 추구를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여러 정부 부처에서 나누어 수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한약, 의료기기를 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식약처의 안전관리 역할= 식약처의 식품과 의료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역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촘촘히 수행되고 있는데, △법과 정책 마련을 통한 행정가로서의 역할 △식품과 의료제품의 엄격한 인허가 규제관리자로서의 역할 △식품과 의료제품의 안전관리를 위한 시험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로서의 역할이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규제기관이다. 하지만 규제와 지원은 상충되는 활동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산업계에서 규제라고 여기는 시험과 자료들을 제품 개발 초기부터 미리 준비해 나간다면, 이런 요구사항들이 허가 단계에서 제품화를 방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임을 인증해 주는 근거가 된다. 산업계에서 제품 개발 과정 중, 자료를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허가 단계에서의 지연 없이 우수 제품이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다. 2015년부터 의료제품연구부는 미래의 첨단 융·복합 제품 출현에 대비하여 이들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여 산업계와 심사부에 제공하고 있다. R&D를 통해 마련된 평가 시험법과 지침들은 첨단 융복합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을 확보하는데 핵심적 도구로 활용될 것이며,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식약처의 허가와 신속한 시장 출시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전평가원 R&D사업=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R&D 사업에는 의료제품의 안전관리 기준 설정과 정책결정에 활용되는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바이오의약품과 더불어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화장품 산업의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 화장품의 품질이 뛰어나며 안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식약처는 R&D 사업을 통해 화장품의 기능성 평가방법을 개발하여 산업계와 시험기관에 제공하고 있으며, 살균제, 보존제 및 사용 금지 성분 등에 대한 위해평가를 통해 안전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사업은 과학적이고 공인된 시험을 통해 화장품의 기능성 표방이 가능하게 하고, 안전성 우려 성분은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켜 화장품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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