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편집부국장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누구나 위법하지 않은 한 돈을 모으기 위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더 나아가 정부는 국민들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해 국가에는 세금을 내고, 개인적으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럼 자본주의 나라에서 정부 기능과 민간 역할의 경계선이 어디쯤일까?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하지만 수익이 보장되지 않거나 민간이 외면하는 일은 정부 몫이고, 수익이 나는 일은 민간 영역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예컨대 농사용 폐비닐은 풀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농민들이 애용하는 제품이지만 농사를 다지으면 논밭의 흉물로 변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환경오염을 막기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거둬들인다. 민간은 돈이 안되니 수거할리 없으며 정부가 나설수 밖에 없다.

이런 장광설(長廣舌)은 요즘 보건의료계에서 정부의 역할에서 엇나가는 모습을 자주 목도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의 예산 가운데 운영비를 40%나 싹뚝 잘라버린 정부의 행태가 바로 그중 하나다.

첨복단지는 민간에서 개발하는 신약이나 바이오, 의료기기 등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이 그 설립목적이다.

임상시험 등에 드는 비용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말라는 정부의 신호다. 임상 등 비용도 무료 또는 소액으로 받아 민간이 부담을 갖지 않고 맘껏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해 보라는 메시지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기업이 설립되고, 수출이 되면서 고용도 창출되고, 국익이 커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정부 역할이다.

그런 일에 국고를 투입하는 일이 정부의 기본 책무다. 정부가 연간 기초과학에 수 조원을 배정하는 이유도 그 기초연구가 품고 있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이왕 내친김에 보건소 역할도 짚고 싶다.

보건소가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진료를 대놓고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까지 보태져 진료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공기나 물이 모두 나아졌지만, 우리는 지금도 항상 공중보건의 위기 속에 사는 것은 맞다. 메르스가 그 교훈이다.

보건소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비하고 위기를 상정해 대비하는 역할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첨병이다. 그런 일에 민간이 참여할 리도 없지 않은가. 분명 정부나 지자체 몫이다.

그런 반면 질병 치료는 민간이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다. 도시지역이라면 10분이면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 보건소가 진료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진료를 둘러싸고 정부 지원을 받은 보건소가 민간 병의원과 경쟁하는 것은 민간영역 침해다.

민간 병의원은 진료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간호사를 채용하고 세금을 내고 가정을 꾸린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 민간이 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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