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보건복지부차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최적인 상태의 자원 배분을 만들어 가지만 일부 재화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의약품 역시 그러한 재화 중 하나이다.

물론 의약품 또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과 공급량이 결정되지만,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외부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환자의 진료에는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서의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제약사가 생산을 기피하고 이에 따라 생산이 중단된다면, 국민의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 정부가 이에 개입하여 적정한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초수액제이다. 흔히 링거라 불리는 기초수액제는 환자에 신속히 수분을 공급하거나, 주사제를 희석하여 환자에 투여하는 경우 등에 사용되는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의약품이다. 하지만 이 기초수액제는 수익성에 비해 시설투자 비용이 크고, 생산시설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이 있어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즉, 환자 진료에는 필수적이지만 즉각적인 대체 생산은 어려워, 안정적인 공급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약품인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의약품을 ‘시장에서 퇴장을 방지해야할 의약품’ 즉, ‘퇴장방지의약품’으로 명칭하면서, 건강보험의 의약품 가격 결정시 우대 및 병의원에 대한 사용장려금 지급 등 특별관리를 해왔으나, 여전히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일부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이러한 퇴장방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개선책이 마련되어 올해부터는 정부가 직접 퇴장방지의약품의 거래에 적용될 최소 가격 기준을 설정하게 되었다. 생산 원가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수준으로 최소 가격 기준을 정한 바, 이는 혹시나 퇴장방지의약품의 생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방지해 주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퇴장방지의약품의 거래가격이 상승하면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퇴장방지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이니 만큼, 건강보험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제약회사의 공급가격이 상승이 다른 업계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수적인 의약품의 생산 중단 시, 국민 보건의 불안정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힘을 모아 그 비용을 부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퇴장방지의약품의 ‘일정 가격이상거래 의무화’가 안착될 경우, 그간 제약계의 오랜 숙제로 남겨져 있던 퇴장방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막상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초기이니 만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동 제도를 적극 홍보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현장의 공감과 관심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병원이나 약국처럼 의약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기관과 실제 의약품을 유통하는 기관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용 증가와 같은 일부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국민 보건의 미래를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공동체로서의 참여를 기대한다.

- 방문규 보건복지부차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