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실장

과거 우리나라에 개설된 의료기관수나 병상수를 알기 위해서는 각 시ㆍ도에 요청하여 자료를 취합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전국 시ㆍ도와 시ㆍ군ㆍ구(이하 지자체)는 관할 구역별로 각각 정보를 관리하고 있어 연말에 통계연보를 작성할 때 등 특별한 경우 외에는 전국 통계를 집계하지 않았고, 1~6인실 등 상세정보는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아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도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목적으로 신고한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의료기관이나 폐업 후 미처 신고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개ㆍ폐업여부 조차 인지하지 못 하는 실정이었다.

즉, 정보가 통합관리가 되지 않고 상이한 목적과 기준으로 관리되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요양기관 입장에서도 지자체(의료법, 약사법 등)와 심평원(국민건강보험법)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보건의료자원 신고체계로 인해 동일한 정보임에도 중복·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나 특수 의료장비(이하 진방ㆍ특수장비)를 사용하고자 하면 지자체에 방문하여 신고를 하고, 이를 다시 심평원에 신고해야 검사행위료를 청구할 수 있었다.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명칭 등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정보임에도 각각의 법령에 따라 지자체와 심평원를 찾아다니며 중복 신고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기관과 약국, 진방ㆍ특수장비에 대하여 동일한 정보는 한 번만 신고하면 되도록 신고방법이 간소화 되었다.

2016년 1월 1일 부터 ‘보건의료자원 신고일원화’ 제도가 시행되어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5개 법령에 대한 중복신고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진방ㆍ특수장비는 지자체에만 신고하고, 의료기관의 대진의나 근무인력 변경은 심평원에만 신고하면, 상호 모두 신고한 것으로 법령상 간주된다. 그 결과 2016년 한 해에만 약 32만건의 지자체와 심평원 간의 중복신고가 해소되고, 지자체 방문 신고 해소로 약 19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보건의료자원 통합신고포털(www.hurb.or.kr)을 구축하여 지자체, 심평원 간 신고ㆍ허가결과를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과거 심평원에 미신고하였던 의료기관과 약국(930여개), 진방ㆍ특수장비(2496대)에 대한 요양기관현황을 요양급여비용 청구여부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정확히 수집된 보건의료자원 정보는 지자체나 정부의 보건의료 관리감독과 정책 수립 업무뿐만 아니라, OECD 등 국내외 연구자료로도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반 국민도 심평원 병원ㆍ약국찾기(www.hira.or.kr)나 빅데이터개방시스템(opendata.hira.or.kr) 등 정보제공서비스를 통해 의료이용이나 연구, 창업 등 경제활동을 위한 정보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보건의료자원 신고일원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상이한 제도와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결과 ‘국가 보건의료자원 정보 통합관리’ 의 토대가 마련되었고, 그 토대가 제공하는 효율성과 정확성이라는 결실을 요양기관과 정부, 국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모습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진정한 국가 보건의료자원정보 통합관리를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국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수가 ‘실제로' 몇 명인가, 인공호흡기나 제세동기 같은 환자안전을 위한 일반장비가 의료기관에 ‘실제로’ 얼마나 설치되어 있는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요양급여비용 미청구를 이유로 요양기관이 근무인력이나 일반장비현황을 미신고 할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나 인프라가 미흡한 상황이다.

궁극적인 국가 보건의료자원 정보통합관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위한 보건의료자원정보관리에 국한하지 않고 실재(實在)기반의 정보 통합관리할 수 있는 법적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법령 간의 중복신고를 완전 해소하고 신고결과를 행정기관 간에 통합 연계 관리토록 하여, 요양기관의 신고 부담 없이 자동적으로 정보를 일치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의 수행은 이미 보건의료자원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고 있고, 투입된 보건의료자원 양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는 현행 수가체계에서 그 비용 심사를 맡고 있는 심평원이 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다만 그 역할을 해내는 것은 심평원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현재의 보건의료자원 신고일원화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특정 기관이나 조직의 이익이 아닌 국민 보건의료 질 향상을 위하여, 국가보건의료자원 정보 통합관리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하여 다 함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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