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대한민국에게 아주 중요한 해이다. 바로 ‘인구절벽’이 닥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인구 절벽’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저명한 인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해리덴트가 쓴 말이다.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 인구가 감소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즉 어린이와 노인을 제외한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걸 말한다. 당연히 한국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그 속도가 무척 가파르다는 게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점이다. 인구절벽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는 가까운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인구절벽 시대로 접어든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이후 20년에 걸친 장기침체가 이어졌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해리덴트는 2015년 10월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절벽의 해결 방안으로 출산․육아 장려책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통상 출산율 1.3명 이하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초저출산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15년간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고령화 속도 역시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일본은 노령자 비율이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서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4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6년 빠른 18년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추세라면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시기도 일본의 11년보다 2년 빠른 9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이슈임에도 당장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덩달아 신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사회의 존립 기반마저 뒤흔들 인구 절벽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90세를 돌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한 공동 연구논문에서 오는 2030년 한국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는 평균 90.8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같은 해 태어나는 한국 남자아이의 기대수명도 81.4세로 세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88.6세), 일본(88.4세), 스페인(88.1세), 스위스(87.7세) 등 쟁쟁한 장수 국가를 제치고 한국을 최고 장수국으로 예측한 이유는 어릴 때 영양 상태가 좋고, 혈압이 낮으며,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적고,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점등을 꼽았다.

한편 국내에서 인구 문제를 분석한 결과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예상보다 빨리 올해부터 한국이 인구 대 격변기에 본격 진입한다. 우선 지난해 신생아 출산이 40만6300명으로 급감해 이르면 올해부터 3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인구비중 7% 이상)에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14% 이상)로 변하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 이상)를 피할 수 없다. 서구 산업국가들이 80~130년 걸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에 26년밖에 안 걸린다는 점은 급속한 산업화처럼 급속한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통계청은 작년 신생아 수가 40만6300명으로 전년 43만8420명보다 3만2120명이 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1년 새 1달 평균 신생아 수가 사라진 셈이다. 합계 출산율(15~49세 여성이 낳는 아기 수 평균)은 전년 1.24명에서 1.17명으로 소폭 줄었는데, 아기는 덜 태어났지만 가임여성 숫자가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든 만큼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3762만7000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한다.

올해 1월 703만1367명으로 전체 인구의 13.6%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외국인 제외) 비율은 연말쯤 14%를 돌파해 ‘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한 해 60만명대 신생아 출생을 기본으로 짜여진 사회 구조를 30만명대 출생 시대에 맞게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출생자 수가 줄면서 학생이 줄어드는 바람에 초중고교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며, 현재 60만명인 대학 정원을 20년 후에는 40만명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출산 유도와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유아원은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군에 입대하는 20세 남자 인구는 35만명에서 21만명으로 14만명 정도 부족해진다. 만약 20세 남자를 모두 군에 징집하면 사회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역작용이 생긴다. 따라서 ‘모병제’ 등을 통해 장기 복무하는 직업 군인을 대거 뽑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미 생산 현장은 젊은이가 줄어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0조원을 쏟아 부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저출산고령화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보육비․양육수당 지원과 신혼용 주택공급 등 장밋빛 저출산 극복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주로 보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 출산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신생아 수가 급감한 것은 지원이 적어서가 아니라, 주 출산 연령인 25~39세 여성이 지난해 519만7000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625만명)보다 105만명이나 줄어든 인구 구조 탓이었다. 과거에는 출산율 증가 등으로 저출산 정책을 폈으나, 앞으로는 목표를 신생아 수 증가에 두고 ‘신생아 40만명 지키기’로 출산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인구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출산율 제고는 정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영역이 동참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출산 적령기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젊은이들이 비로소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여야의 대권 주자들이 최근 내놓은 저출산 대책 공약은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개선 등 보육 문제에 집중돼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혜안을 갖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인구 문제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