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청구 요건 등 현 시스템 문제투성이 직접 제기하고 소명

지난 2011년 경기도에서 병원을 개업한 A의사. 같은 해 9월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에게 건강보험공단이 진료확인 전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2014년 5월 그가 만나게 된 보건복지부 사무관과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직원으로 구성된 실사팀은 국민건강 보험법(제 41조·44조·45조·46조) 및 국민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 점수들을 위반해 요양급여 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음을 통보했다.

문제는 행정처분의 산출내역으로 2011년 5월부터 5개월, 2014년 1월부터 3개월 등 총 8개월의 기간 동안 급여비용 총액은 743만 8,830원이며 총 부당금액은 191만 3,070원으로 부당비율이 25%를 넘어섰던 것. 병원 오픈 초기 환자가 거의 없어(하루 10명 미만) 요양급여 비용총액이 미미한 관계로 부당금액의 비율이 지나치게 커졌던 것이다.

매뉴얼에 따라 25%가 넘으니 복지부는 업무 정지 기간 3개월·형사상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A의사는 대법원까지 혼자 갈 각오로 변호사를 선임을 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행정처분 무효로 승소를 이끌어 내고 의료법 위반 고소 건에서도 당당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당청구 명확한 요건, 정부 오류청구 지도 선행 지적

그는 공단 실사와 행정처분 및 형사기소를 겪으며 느낀 현 시스템에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부당 청구에 관한 명확한 요건이 정립 되어야 한다는 것. A의사는 “건강보험제도의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의 철저한 검증과 정밀성이 필요함에도, 부당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들이 재정 안정성에만 지나치게 치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때에는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한 건강보험법 제 85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방법’ 이라는 불명확한 용어에 의해 고의범법과 과실범법을 포괄한 형벌의 가벌적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 및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행정형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일반적인 형벌의 형태에서 적용되어야할 명확한 기준대신 ‘부당한 방법’이라는 의미가 불분명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당한’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단순 착오 또는 과실에 기인한 경우에도 업무정지 사유에 포함하고 있으며, 일률적으로 최고 5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형법상 다른 법률에 비해 과중한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A의사는 “일반적으로 형벌이 부여하는 불이익은 범죄행위가 지니는 반사회성에 상응하도록 질과 양이 결정되기 때문에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서는 죄질과 형량의 공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탈세나 수뢰행위등 사회적 비난이 큰 불법행위도 과징금이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오류청구나 착오 청구에 대한 지도의 선행과 명시가 의무화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9월 인지한 공단의 확인전화가 만약 그것이 부당청구라는 의심 하에 이루어진 공무였다면 착오 청구나 오류 수정을 위한 지도와 고지가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명백히 함정수사와 같은 의미로 판단되며, 고의적 교사나 방조와 다름없다”며 “심평원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기준과 대상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며 공단은 한국에서 사회통합을 위해 국민의 의료보험을 사회에서 보장해주기 위한 기관인데, 본질적 의미를 망각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 및 확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처럼 공무를 집행하고 무리한 삭감과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처분 가볍게 받아들이는 의사들 향한 조언

한편 A의사는 주변 의사들의 경우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느낌도 갖는다고 말했다. 그리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제 주변의 개원의 선생님들 중에서도 비슷한 처분을 받은 분들이 꽤 계셨다”며 “비보험진료를 주로 보는 의원에서는 사실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보험진료를 하지 않고, 비보험진료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볍게 행정처분을 받아들이거나, 부득이한 경우 5배 벌금을 내고 행정처분에 갈음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불만이 산처럼 쌓였는데도 판례를 뒤지다 보니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의사들이 너무 적다는 것에 놀랐다“며 ”해본 사람 입장에서 제가 한마디 드린다면 ‘별거 아닙니다. 할 만 했어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같은 판례와 유사 선례가 쌓이다 보면 그래도 현실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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