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추나요법 기점으로 촉발…건보 보장성과 표준화 프로세스로 확장 가능성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으로 인해 정부의 한방 건보체계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부와 한의계의 건보 보장성 확대와 한방의 임상 근거 생산이라는 명분 속에 확대 재생산의 조짐도 보이고 있어 한의학의 건보체계 편입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추나요법, 한방의 건보 진입 ‘신호탄’

최근 보건복지부는 65개 한방의료기관을 추나요법 건강보험 시범사업기관으로 지정, 1년 안에 추나요법을 건강보험체계에 정식으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심사를 진행하면서 추나요법의 세부 항목까지 나누어 청구시스템을 운영한 점을 고려한다면 복지부의 추나요법 시범사업은 정부의 한방의 보험체계 편입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 또한 이번 추나요법 시범사업이 한방에서 행위를 정의내리고 건보체계로 들어온 첫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에 건보로 들어왔던 침‧뜸 부항하고는 다른 측면으로 봐야 한다”면서 “한의계에서 행위를 정의하고 건보 사업을 벌이는 첫 케이스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복지부는 추나요법 이외에 의‧한협진 코드 신설도 준비하고 있으며, 복지부 한방파트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행위 정의가 어느 정도 확립된 8개 한방표준임상지침 중 일부를 표준화와 건보 급여 체계 편입 두 가지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한방의 건보체계 진입은 시범사업의 틀을 만든 복지부와 한의계 모두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사업에 임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계에 사업 설명을 할 당시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요청한 사항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면서 “건보 체계 편입의 시작점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한다면 추나 이후의 건보 편입 계획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강조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2017년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연구 및 추나요법과 함께 다양한 한의물리요법의 급여화 등 한약 공공보건의료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공공보건체계의 편입을 바라보는 한의계와 정부의 입장이 상당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보장성 강화‧한의학 현대화의 ‘두 마리 토끼’

복지부가 한방의 건보체계 편입을 적극 추진하는 데에는 한의학의 현대화 추진 의지와 맞물려있다.

의료행위의 현대화를 추진하려면 일선에서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개별 행위들을 카테고리화할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체계 편입은 행위 코드 신설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점은 한방의 표준화 작업과 함께 진행하는데 이점이 많다.

여기에 더해 복지부는 중기 계획으로 이행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 조금씩 그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보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한방을 주목하고 있다.

복지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한방은 건보 보장률이 4%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한약제제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한방의 대부분은 비급여다.

복지부는 비급여파트에서 한방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건강보험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추나요법을 시작으로 한방의 보장성 사업 계획을 착착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통계에 잡히고 있는 근골격계 환자들이 1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러한 환자들이 추나요법으로 치료받게 되면 한방에서 건보 보장률을 1% 정도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추나요법, 도수치료의 ‘대항마’ 꿈꾸나

추나요법의 건보 시범사업은 현재 도수치료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공식적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복지부 내부에서는 도수치료와 추나요법을 비슷한 기전으로 이해하고, 실손보험 규제 논란에 서 있는 도수치료의 대항마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도수치료의 경우 건보 체계에 포함되어 있다가 비급여로 전환됐는데, 이는 비급여파트에 머물러 있던 추나요법이 건보 체계로 들어온다는 점과 대비된다.

일부 한의원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과도한 추나요법 진료비 책정과 일부 의료기관의 실손보험-도수치료 연계 권유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자, 그 대항마의 하나로 추나요법의 건보 시범사업이 어느 정도 역할 수행을 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도수치료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다른 진료 영역에서도 고민해야 할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추나요법만 하더라도 시범사업을 진행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일선 시범사업기관을 살펴보면 예약이 밀릴 정도로 환자가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아직 섣부르긴 하지만 환자의 선택권에 변화가 생겼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추나요법뿐만 아니라 저출산 대응 프로젝트로 검토할만한 한방의 난임 지원사업 등도 단순히 의료의 관점이 아닌, 정치사회적 관점과 필요성에 의해 적극 추진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복지부 또한 한방의 표준화가 국민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건보 보장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생각되며, 과거와는 의료 소비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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