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문위 전문위원실, 약사법상 충돌·의약품 부작용·접근성 수요충족 등 지적

관광사업자의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 비치를 명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병원·약국 위치정보 제공 내용의 수정안으로 변경된 가운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전문위원실 검토가 배경으로 주목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안전상비약을 호텔에 비치하는 것이 약사법과 충돌하는 동시에 의약품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약국·편의점 등에서 구비할 수 있어 굳이 호텔에서 취급할 필요가 없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지난 21일 대한약사회(약사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응급상황에 대비해 안전상비약을 비상약으로 구비하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내용을 응급의료센터·의료기관 및 약국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수정안으로 변경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박 의원은 관광객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비상의약품을 구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정안이 호텔 등에서 상비의약품을 판매하라는 취지로 오해를 사고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의 당초 개정안은 관광객이 현지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약국·편의점 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해 관광사업자에게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을 비치하도록 하고, 그 장소와 이용방법을 공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교문위 김건오 전문위원은 원 개정안에 대해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제고하는 측면에서 입법취지는 타당하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동일규범 내에서 혹은 같은 사안을 규율하는 상이한 규범 간에 구조나 내용 또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는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체계정당성의 원칙에 비춰 볼 때 개정안은 현행 '약사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 전문위원은 "안전상비약 판매자가 아닌 관광사업자에게 안전상비약 비치 의무를 부여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 체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동일한 사유로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 왔으며, 다중이용시설에서 무자격자가 무상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의약품을 수여하는 것은 '약사법'에 위반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김 전문위원은 안전상비약 비치가 꼭 필요한 관광사업장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약사법 체계 내에서 검토함이 타당하다고 보이며, 복지부 고시인 '특수장소에서의 의약품 취급에 관한 지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 특수장소로 해당 사업장을 지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 및 비전문가에 의한 의약품 취급으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과 그에 따른 책임 문제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의 부작용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에 따라 다수의 무자격자가 안전상비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면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확산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관광사업자로부터 의약품을 제공받아 복용한 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송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 볼 때 심야 또는 공휴일 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약국 외에서도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의약품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측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1월 20일 현재 운영 중인 약국은 전국에 2만 2088개소가 있으며, 약국 접근성이 떨어지는 휴일·심야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도 3만 153개소나 되는 상황이다.

또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 주민들을 위해 1900여개의 보건진료소에도 안전상비의약품이 비치돼 있으며, 편의점과 보건진료소가 없는 도서·벽지 지역의 경우에는 1080여곳이 특수장소로 지정돼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

김건오 전문위원은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접근성 실태를 감안할 때 관광사업자가 안전상비의약품을 직접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장 주변의 의약품 구입처나 진료가능한 의료기관 등의 정보를 관광사업자가 적극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개정안은 제안이유 중 하나로 현행 법률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관광호텔 내에 비상의약품이 구비돼 있지 않아 외국 관광객 등이 불편을 겪고 있음을 들고 있으나,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호텔 내에 상비약을 구비하고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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